'5·3 동의대 사건' 순직 경찰관 7명 추모비 제막식
"보상은 커녕 민주화 역적으로 몰렸던 시간 바로잡아야"
"불법 감금된 전경을 구하기 위해 동의대 도서관에 진입한 경찰관 7명이 화염병 화재로 사망하고, 10명의 경찰관이 중화상을 입고…."13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 앞 동백광장에서 열린 동의대 순직 경찰관 추모비 제막식에서 경찰관 유족 대표 정유환씨(50)는 인사말 내내 눈물을 흘렸다. 동생 고(故) 정영환 경사가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고통스럽게 숨져가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해서라고 했다.
1989년 5월 3일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슬픔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자식 내버리고 이렇게 오래 살아도 되겠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사는 게 아니다." 정씨의 노모(老母) 김우연(83)씨의 주름살 깊이 팬 얼굴 위로도 쉼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 ▲ 13일 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경찰청 앞 동백광장에서‘5·3 동의대 사건’당시 순직한 경찰관 7명의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기념사에서 "민주화의 주인공이었던 여러분(경찰)이 민주화의 역적으로 몰렸던 것을 오늘 제막식을 계기로 바로잡고, 공권력도 바로 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함께 참석한 같은 당 이인기 의원과 '동의대 사태 순국자들의 명예회복에 관한 법안'을 발의 중이다. 2002년 동의대사건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으면서 학생들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과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명예회복과 보상금을 받았지만 순직 경찰관들은 제대로 된 보상은 물론 추모비조차 없는 불명예 속에 방치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고(故) 정 경사를 비롯한 최동문 경위, 박병환 경사, 조덕래 경사, 모성태 수경, 김명화 수경, 서원석 수경 등 당시 숨진 7명의 경찰관 유가족 10여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남편을 잃고 부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6.6㎡(2평) 남짓한 옷 가게를 운영해 온 고 최동문 경위의 부인 신양자(55)씨도 아들과 함께 자리했다. 사건 당시 일곱 살이었던 아들은 이제 스물일곱 청년으로 성장해 어머니 곁을 지켰다. 신씨는 "경찰이 무슨 죄가 있나요? 그나마 이제라도 추모비가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추모비는 가로세로 각 1m가량 되는 검은색 대리석 7개가 참수리의 날개를 부채꼴처럼 펼친 모양이다. 참수리는 경찰의 상징이다. 대리석 뒷면에는 순직 경찰관을 추모하는 시가 새겨졌다. 유족들은 헌화와 분향을 한 뒤 오랫동안 추모비를 어루만졌다. 추모비 건립은 지난 5월 3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동의대 사건 순국 경찰관 20주년 추도식'에 경찰청장으로는 처음 참석한 강희락 청장이 "동의대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전도돼 고인들의 희생이 빛을 잃는데도 (경찰이) 시대상황을 핑계로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점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하면서 급진전했다. 부산경찰청이 전담팀을 구성하고 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강 청장과 김중확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해 경남, 울산, 대구, 경북, 전남, 전북, 광주지방청장 등 경찰 핵심 지휘부와 경찰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