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혈당·혈압, 그를 쓰러뜨리고 그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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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요인 많을수록 피하기 힘든 뇌졸중
‘66세의 고령. 1m66㎝, 80~85㎏의 비만 체형(BMI 29~31, 25 이상이면 비만). 그리고 당뇨병·고혈압·관상동맥 질환을 보유’.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김 위원장의 질병 이력이다. 2006년 진료기록상 공복 혈당이 220㎎/dL(정상 100㎎/dL 이하)일 정도로 혈당관리도 안됐고, 관상동맥 역시 두 번의 심장병 수술을 받을 정도로 막혀가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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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뇌졸중은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피해가기 힘든 병”이라며 “당뇨병·심장병·고혈압·과음·흡연·비만·고지혈증·고령·스트레스 등 위험요인이 겹칠 경우 위험률이 곱하기로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뇌졸중 발병 위험이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의 3배, 심장병 환자 역시 3배인데 이 두 질환에 모두 걸렸을 땐 위험률이 9배로 뛴다.
김 위원장은 확인된 위험요인만 비만·과음·심장병·당뇨병·고령 등이 꼽힌다. 게다가 정신적 스트레스와 고지혈증까지 더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병 시기가 문제지 뇌졸중 자체를 피하긴 힘들었던 셈이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결국 이 같은 위험인자를 평생 피해야 한다.
초기 집중 치료와 감량 성공이 회복의 열쇠
그는 쓰러진 지 25일째인 9월 9일(북한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은 물론 약 두 달 뒤인 10월 10일 노동당 창당일에도 불참했다. 그러던 그가 80일이 지난 11월 2일엔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동이 가능하고, 부축 없이 혼자 서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됐던 것. 단, 왼손은 힘없이 늘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회복이 지속돼 한 달 뒤(12월 1일)엔 중앙동물원에서 난간을 잡은 채보폭을 좁혀 옆으로 움직였고, 열흘 뒤(12월 11일)엔 양계장에서 왼팔을 가슴까지 들어올리는 사진도 공개됐다. 또 발병 넉 달째엔(12월 18~19일) 두 손을 얼굴까지 올려 손뼉을 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 무렵부터 이전에 비해 볼이 움푹 들어간 수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윤 교수는 “뇌졸중의 재발을 막고,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선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며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수척해 보일 정도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데다 좋은 의료진으로부터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은 덕분에 66세의 고령임에도 빠른 회복을 보였던 것이다. 실제 두 달 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당히 건강한 상태며, 북한에 대한 통치권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위마다 회복기간 달라
재활의 1등 공신은 체중 감량을 통한 혈당과 혈압 조절이다. 실제 혈압만 해도 20(수축기)/10(이완기)㎜씩 감소할 때마다 뇌졸중 재발 위험은 절반씩 준다.
물론 뇌기능이 발병 이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달 4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를 포옹하면서 왼손 검지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사진). 윤 교수는 “팔다리가 마비됐다면 다리 기능이 먼저 회복되며, 이후 순차적으로 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 마지막으로 손가락 회복이 가장 더디다”고 설명했다. 재활치료를 잘할 경우 1년 정도 지나면 뇌기능이 발병 전의 90%까지는 회복될 수 있다. 이 정도면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뇌졸중의 후유증을 줄이고, 재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는 발병 후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의료처치를 받느냐는 데 있다. 윤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움직이지 못하거나 수저를 떨어뜨릴 때, 말을 못할 때, 심하게 어지럽거나 두통을 호소할 때, 시각장애가 나타났을 때 등 다섯 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곧 119를 불러 대형 병원으로 직행하라”고 조언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se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