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고혈압, 주사로 다스린다

화이트보스 2009. 10. 30. 16:02

고혈압, 주사로 다스린다

약 안먹고 연(年) 3번 주사 마지막 임상시험 진행
4~5년 안에 생산 가능

고혈압 환자들이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주사를 한번 맞으면 4개월간 혈압을 유지하게 해주는 백신이 빠르면 4~5년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주사가 실용화되면 상당수 고혈압 환자가 연간 3회 주사만 맞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고혈압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회사는 스위스의 사이토스 테크놀로지사. 이 회사는 고혈압 백신에 대한 마지막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은 4~5년 안에 생산될 전망이다.

고혈압 백신이란 혈관을 수축시키는 안지오텐신이라는 물질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이 호르몬과 비슷한 단백질로 된 항원을 고혈압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것. 항원이 몸에 들어가면 환자는 이 호르몬에 대한 항체를 형성해 혈관을 이완된 상태로 유지해 혈압이 올라가지 않는다.

▲ 1년에 주사를 3회 맞으면 고혈압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백신이 4~5년 안에 나올 전 망이다./Gettyimages 멀티비츠 제공
다만 전염병 예방 백신처럼 한번 주사를 맞으면 평생 항체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최대 5~6개월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고혈압 백신의 혈압 강하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스위스 보주립병원 유에르크 누스버거 박사는 남녀 고혈압 환자 72명의 혈압을 잰 뒤 고혈압 백신을 주사하고 혈압 변화를 비교한 결과 수축기 혈압은 9mmHg, 이완기 혈압은 4mmHg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전 8시의 수축기 혈압은 이전보다 25mmHg나 더 떨어졌다. 이 연구에서 고혈압 백신을 맞은 뒤 떨어진 혈압은 4개월가량 유지됐다.

제일병원 내과 박정배 교수 "이 연구팀이 같은 내용의 동물실험 결과를 지난 2007년 미국 고혈압학회에서 처음 발표했을 때 학계에서 굉장한 이슈가 됐다. 고혈압 환자가 4개월 동안 약을 먹지 않고도 혈압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고혈압 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온 뒤 스위스나 독일 등에서 상당수의 제약회사가 고혈압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고혈압 약도 고혈압 백신처럼 안지오텐신이라는 물질이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안지오텐신의 작용을 막는 백신이 개발되면 많은 고혈압 환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혈압 백신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고혈압 환자들이 약을 잘 챙겨먹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 내과 조명찬 교수는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의 27%만이 의사가 시키는 대로 약을 먹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제대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적다. 이것이 고혈압 치료 실패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30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 중 목표대로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사람은 38%밖에 되지 않았다.

고혈압 백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누스버거 박사팀은 고혈압 백신을 주사한 뒤 하루나 이틀간 약간 열이 나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부작용 가능성을 좀더 연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명찬 교수는 "일반 고혈압 약을 먹는 사람들은 탈수나 출혈 등으로 혈압이 떨어지면 약을 잠시 끊으면 되지만, 백신 주사를 맞으면 5~6개월간은 혈압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다. 백신을 맞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저혈압 약물도 함께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 2009.04.21 22:32 입력 / 2009.04.22 07:11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