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로켓은 다행히 버스 등 자이툰 부대 차량 행렬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자이툰부대 1진이 쿠웨이트에서 아르빌까지 1115㎞를 이동했던 '파발마 작전' 기간 중 자이툰부대 지휘부는 물론 국방장관 등 우리 군 수뇌부가 가장 가슴을 쓸어내렸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가 1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와 군 당국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질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자이툰 부대는 그 뒤 지난해 12월 철수할 때까지 연인원 1만7700여명이 파병됐으나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자이툰 부대가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라 불리는 급조(急造) 폭발물이 드문 안전한 지역에서 작전했던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일종의 사제(私製) 폭발물인 IED는 종전엔 기존의 포탄이나 폭탄을 위장해 원격조종으로 폭발시키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점차 도로변 경계석이나 쓰레기통, 페트병, 죽은 개 등 폭발물로 식별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활용해 폭발물을 제작,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강력한 IED는 장갑차는 물론 미군의 M1A1 주력전차까지 파괴할 정도다.
IED는 이라크에서 미군에게 많은 피해를 줬지만 2007년 이후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사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IED 공격 건수는 2007년 이후 350% 증가했고, 지난 2년간 IED에 의한 사상자 수는 400%나 늘어났다. 미군은 이에 따라 각종 첨단무기보다 지뢰 폭발에 비교적 잘 견디는 지뢰방호 장갑차량(MRAP) 배치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지난해에만 100억달러가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면 이제 아프가니스탄에 300명 안팎의 경계 병력을 파견하기로 한 우리 군의 대비 수준은 어떠한가. 우선 IED에 대처하기 위한 지뢰방호 장갑차량이 전무(全無)한 게 현실이다. 탈레반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재건 활동을 위해 도로상을 이동하며 기지 외부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강력한 장갑차량 등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몇 년째 IED와 싸우며 노하우를 축적해온 미군도 피해가 늘고 있는 실정인데 우리 군은 아직까지 IED와 제대로 싸워본 경험도 없다.
IED 대책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해외파병 준비뿐 아니라 북한 변수와 관련해서도 절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9월 북한도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IED 활용훈련을 하는 등 사용법을 터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싼 첨단무기 분야에서 한·미 양국 군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게 된 북한군은 IED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계 최강의 미군을 가장 괴롭히는 무기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는 IED 대책 외에도 저격수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조준장비와 최신 소총, 신속한 기동을 위한 헬기 지원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한국군의 국제적 역할 확대와 전쟁 양상 변화에 대해 군 수뇌부가 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고민하며 대처해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