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번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찰과 경찰 간의 ‘권한 재분배’로 초점이 모아져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인권을 보호하느냐가 핵심이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수사권 논의를 공론화한 이후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검찰은 인권보호와 경찰의 능력을 들어 시기상조란 입장을 취해 왔다. 2004년에는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까지 구성됐지만, 15차례의 회의를 거치고도 조정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두 거대 권력기관 간 권한 다툼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경찰 조사에 이어 검찰에 불려가야 한다. 수사지휘권이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이나 향토예비군법처럼 사건이 명백해 굳이 검찰의 판단이 없더라도 되는 사안이라면, 또 벌금이나 과태료 정도로 끝날 일이라면 일정 범위를 정해 경찰에게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219만 건의 범죄사건 중 도로교통과 교통사고 관련이 62만여 건에 이른다. 검찰도 민생치안과 관련된 경우 경찰이 수사 개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유연한 입장이니 이번에 절충점을 찾길 바란다. 특히 권력의 균형과 견제란 측면에서 접근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수사의 주체를 경찰로 명문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툭하면 경찰의 독직과 비리가 적발되고, 인권침해 사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례 중 41.5%가 경찰이라는 국가인권위의 발표도 있었다. 수사권 독립을 외치기 전에 자질과 능력 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