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국회 폭력 어떤 경우에도 용납 못 해”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지난해 12월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실 문을 해머로 부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
관련핫이슈 | |
◆국회 폭력 두 번째 사법처리=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태광 판사는 23일 지난해 12월 입법 전쟁의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항의하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비서실 문을 해머와 전동 드라이버 등으로 부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문학진 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외통위원 명패를 부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게 벌금 50만원, 폭력 사태에 가담한 민주당·민노당 당직자 7명에게 벌금 300만~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그 외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문 의원은 공용 물건 손상 혐의여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국회 내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어 무겁게 처벌해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데는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무리한 질서유지권 발동도 원인이 됐고, 앞으로 폭력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유죄 선고는 지난해 말 미디어법 관련 여야 대치 상황에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을 밀쳐 넘어뜨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에게 지난 12일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데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하지만 폭력 국회에 대한 잣대는 법원과 검찰 간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재판부는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은 소란 행위가 발생했을 때 발동하는 것인데 (외통위원장이) 소란 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건 법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력 행위 책임의 일부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박진(한나라당) 국회 외통위원장에게 지운 셈이다. 검찰은 “당시 외통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은 적법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끄러운 정치권=자성론을 펴기보다는 여전히 남 탓을 했다. 민주당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점을 부각시켰다. 노영민 대변인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박진 위원장이 발동한 사전 질서유지권이 적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힌 건 여당의 독선에 대한 법원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동료 의원 입장에서 안 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선진 국회로 가기 위한 성장통”이라며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문 의원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폭력은 미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면서도 “행위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위원장의 불법적인 사전 질서유지권 발동이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 이 의원은 “ 아무래도 법원이 정치적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관심은 국회의 자정 기능이 회복될지 여부다. 하지만 비관적이다. 18대 국회 들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29건 중 징계 결정이 내려진 건 단 한 건도 없다. 특위는 지난 4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37건의 징계안이 남발됐지만 모두 임기 만료 등으로 폐기됐다.
임장혁·박성우·이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