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까지 진행됐다는 말에 아찔하더라고요. 1984년에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초기라 수술 치료로 깨끗하게 좋아졌거든요. 이번에는 머리가 빠지고 먹을 것을 다 토하는 등 부작용을 견디며 항암제 치료를 받은 뒤 암 덩어리를 줄여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암은 내시경 검사나 위장조영술로 조기에 진단될 수 있는데, 초기 단계에는 배를 열지 않고 내시경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보통 3기말까지도 수술이 가능하다. 4기에 이르러도 일부에서는 수술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항암제 치료 등을 통해 암 크기를 줄이거나 주변에 퍼진 암 덩어리들을 일부 제거한 뒤 수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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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초반 이후 최근까지 위암의 5년 생존율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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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완치율(5년 생존율 기준)이 56.4%(2001~2005년 기준)에 이른다. 아주 초기에 발견된 암은 이보다 생존율이 훨씬 높고, 위암 4기라면 10%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황씨의 경우 이미 여러 장기로 퍼져 있어서 수술도 하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항암제 치료로 암 덩어리를 줄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항암제 치료와 수술이 의료진 몫이었다면 재발 예방과 건강 유지는 그와 아내의 몫이었다. 식사 조절만 해도 쉽지 않았다. 황씨는 “위장이 없는 사람들은 음식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없어 남들보다 빨리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처음에는 대변 조절이 안 돼 팬티나 바지에 변을 보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덤핑 증후군’으로 부른다. 의료진은 위 절제술을 받은 뒤에는 식사를 여러 번 나눠 조금씩 먹기를 권한다.
배변 습관을 들인 뒤 그는 곧바로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암 재발을 막는 데도 운동은 필요했고 평소 높았던 혈당도 관리해야 했다. 만보기로 하루 걷는 양을 측정하고 부족하면 아파트 계단도 걸었다. “하루에 몇 걸음을 걸었는지, 그날 혈압의 변화와 혈당, 몸무게 등을 매일 기록해 목표를 채우고 변화를 관찰했어요.” 이는 담당의사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됐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은 “걷기 등 운동을 해야만 장 운동을 촉진해 소화 기능을 높일 수 있고,
면역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하루 2만보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되자,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엔 집 근처 계양산을 30분 정도 올랐다. 점차 다리에 힘이 붙었고, 이제는 몇십년 등산을 해 온 사람 못지않다. “주중(화·목요일)에는 계양산에 다니고, 주말에는 설악산 공룡능선, 지리산 칠선계곡 등 멀리도 다니죠.”
그는 다른 암 환자에게도 가능하다면 등산을 할 것을 적극 권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았고, 장비도 그리 복잡하지 않으며, 산에 오르는 순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신선한 공기를 잔뜩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암 환자들은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그는 위장과 십이지장이 없고 다른 장기의 일부도 없어 음식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황씨는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좋아했던 라면이나 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도 예전보다는 줄었지만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먹는다”고 말했다.
상황버섯이나 암에 좋다는 특이한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그는 “암에 걸리면 주변에 너무나도 많은 의사가 생긴다”며 “검증된 치료를 믿고 이를 철저하게 실천하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과 싸우면서 그의 삶에도 변화가 왔다. 80명 정도의 직원들을 둔 공장을 운영했던 그는 암을 앓으면서 공장을 그만뒀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작은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그는 “욕심내지 않는 것 그 자체가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위암 가족력 있거나 짠 식습관·흡연자…일찍일찍 검사 챙기세요
우리나라에선 위암이 가장 많다. 전체 암의 18.3%(2003~2005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다. 2위인 폐암의 12.1%와도 큰 차이다. 위암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짜게 먹으면서 채소는 적게 섭취하는 등의 식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가족력, 흡연 등이 꼽힌다.
짠 음식은 위장 점막을 손상시키고, 궤양 등을 일으켜 음식 속에 섞여 들어온 발암물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한다. 질산염이 든 감미료, 방부제, 향료, 색소 등은 위암 가능성을 더 높인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논란은 있지만 위암을 일으키는 균으로 분류돼 있다. 다만 이 균의 감염만으로 위암이 생긴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었다면 3~4배 정도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 등 가까운 친척 가운데 위암 환자가 있었다면 위장 내시경 검사 등 위암 검진을 더 철저히 받아야 한다. 금연은 기본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위암 발생이 거의 2배 많은데, 이는 흡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산가스, 비소, 페놀 등 각종 발암물질이 들어 있는 담배 연기는 위장으로도 들어가기 때문에 위암 위험요인의 하나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은 “위암 검진 프로그램에서는 40살 이상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 또는 위장조영촬영술을 받도록 돼 있다”며 “아직 권고안에 반영돼 있지는 않지만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었다거나, 흡연자, 남들보다 짜게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 등은 이보다 더 일찍부터 검사를 챙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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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필수상식 ① 암이란?
세포의 돌연변이…림프관·혈액 타고 번져
암세포는 우리 몸에 전혀 없었던 세포가 새로 생긴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암세포도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세포들이다. 위암을 예로 들자면 원래 우리 몸에 있던 위 점막의 세포가 발암 물질 또는 유전 등의 영향을 받아 매우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혈액 등을 타고 더 멀리 퍼지는 성질을 지니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보통 세포들은 스스로 분열해 늘어나고 동시에 일정 비율로 죽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암세포는 그렇지 않다.
위암의 경우 빠른 속도로 자라는 암세포가 점막층과 위장의 근육층을 뚫고 자라나 위장 주변 조직이나 복강 안으로 퍼져갈 수 있으며, 림프관이나 혈액을 타고 멀리 퍼질 수 있다. 이처럼 원래 있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 바로 암세포다.
암은 양성 종양과는 구별된다. 양성 종양 역시 비정상적으로 자란 덩어리이지만 그 속도가 암에 비하면 매우 느리다. 또 다른 조직을 뚫고 퍼지지는 않으며, 림프관이나 혈액을 타고 번지지도 않는다. 뇌 등 특별한 부위에 생기지 않는 한 대부분의 양성 종양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가 매우 빠르게 자라는 성질을 겨냥하고 있다. 암세포들이 빨리 자라는 과정에서 특정 대사 과정을 차단하거나 막는 작용을 항암제 등이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몸에서 원래 빨리 자라는 조직도 항암제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장의 점막이나 머리카락 등은 매우 빨리 자라기 때문에,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설사가 생기거나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