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78세의 전남선 할머니는 고 박정희 대통령을 평생 은인으로 생각한다. 1964년 만성적인 식량부족사태 해결의 일환으로 정부는 쌀 막걸리 제조를 금지하고 막걸리의 중요 원료인 누룩 제조 역시 금지했다. 열아홉살에 두메산골로 시집와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누룩이 금지가 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몰래 뒤봐줘
“먹고살아야 하니까 몰래 만들어 타지로 나가 팔았지. 그땐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누룩을 만들어 팔았어. 그러다 붙잡혀서 유치장에 갇혀 있기도 했어.” 산입에 거미줄 치란 법은 없다고 했던가.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금정산성 동문 앞에 주막집을 하는 할머니가 있었어. 어느 날 박 대통령이 지나가다 그 집에서 막걸리를 마시게 됐지. 박 대통령이 너무 맛있어서 “뭐로 만든 막걸리냐”고 물으니 그 집 할머니가 우리 누룩으로 담근 술이라고 말했지.” 5·16 군사 쿠데타 전 부산 군수기지사령관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금정산성에 마신 막걸리에 흠뻑 빠져버린다. “그때 박 대통령이 “이렇게 좋은 전통주를 없애면 되겠느냐”고 말하신 후 몰래 우리 동네 뒤를 봐줬지.” 이후 79년에도 박 대통령은 부산에 순시차 내려와 산성막걸리를 찾았다.
얼굴로 누룩방 온도 측정해
중정 요원들이 비밀리에 막걸리 '수송'
전남선 할머니의 최대 고객은 아들 유청길(51)씨다. 금정산성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유청길 씨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누룩을 사용해 ‘민속주 1호 산성막걸리’를 만든다. 그에게도 고 박정희 대통령은 은인으로 남아있다. “1978년에 민속주 지정 신청을 하고, 79년에 허가가 났어요. 최초의 민속주라는 영광을 얻은 것이죠. 박정희 대통령께선 막걸리 매니어시잖아요. 즐겨 드시던 동문 할머니 막걸리는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비밀리에 말통으로 사가곤 했어요. 군수기지사령관 시절에 드시던 맛을 잊지 못하신 거죠.”
일본보다 못한 국내 대기업들
조상들의 뒤를 이어 유청길 씨 형제들이 누룩을 만든 지 40여년이 흘렀다. 어머니와 형제들이 만든 누룩. 그 누룩으로 전통주를 담그는 아들. 외국만큼도 전통을 인정해 주지 않는 나라에서 이 가족들이 지켜온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오늘도 금정산성의 누룩방에선 전남선 할머니의 누룩 밟는 소리가 울린다.
뉴스방송팀 최영기·강대석 기자
▶대통령의 맛집 ① 노 전대통령 '블라인드 테스트' 로 직접 고른 막걸리
▶대통령의 맛집 ② 경호원들 주방 점검에 "대통령 안 받겠다"
▶동영상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