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군살 빼고 민간기업처럼 경쟁 도입
다른 공기업도 불합리한 단협 개선 나설 듯
노조가 빈손으로 철도 파업을 끝내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선진화는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8월 1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 뒤 올해 3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공기업의 군살을 빼고, 민간기업처럼 경쟁 소프트웨어를 장착시키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먼저 공기업의 실태를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 부채는 2002년 194조원에서 2006년 295조원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인력은 같은 기간 21만3080명에서 23만8766명으로 불었다. 국민은 지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여러 정책 중 여론의 반대가 없는 유일한 정책이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진행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역대 정부에서 공기업을 개혁하려 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좌절됐던 기억이 공기업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고 생색을 내는 선에서 개혁은 마무리됐다. 공기업 사장과 간부들은 여전히 노조의 눈치를 봤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직정비와 연봉제, 임금피크제, 성과관리시스템 도입 등은 노조의 반발로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발전노조·철도노조 등이 잇따라 파업에 들어갔다. 그래서 청와대는 뛰고 공기업은 긴다는 비난이 나왔다.
역설적으로 철도노조 파업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전기가 될 듯하다. 적당한 타협선을 찾는 과거 정부의 모습이 아니었다. 역대 최장기를 기록할 정도로 파업(8일)이 길었지만 오히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기관사를 양성하라”고 지시했다. 파업하는 기관사를 재채용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공기업 간부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 노조들이 화들짝 놀랐겠지만 실제 확실한 개혁마인드를 갖게 된 건 간부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도 잇따를 전망이다. 공기업 선진화에 대한 여론의 지지에다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던 공기업 노사관계의 변화가 더해진 모양새다. 공기업 선진화가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진 것이다.
김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