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북한 의료수준과 신종플루

화이트보스 2009. 12. 10. 11:17

북한 의료수준과 신종플루

입력 : 2009.12.09 23:38 / 수정 : 2009.12.09 23:41

몇년 전 북한의 지방병원을 찾은 한국 의료팀들은 말을 잃었다. 링거 수액은 주머니 대신 사이다 병에 담겨 있었고 낡은 침대엔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치료용 실도 바느질 실처럼 굵어 환자들은 상처를 꿰맬 때마다 경련을 일으켰다. 병실은 난방이 안 되고 전기가 끊겨 그나마 의료장비도 못 쓰고 있었다. 부족한 솜과 붕대를 마련하려 의사들은 목화를 재배하고 있었다.

북한에는 두 개의 핵(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핵무기이고 다른 하나는 결핵이다. '빈곤병' 결핵 환자는 북한 인구의 5%, 110만명으로 추산된다. 북한 결핵퇴치사업을 벌여온 인요한 연세대 외국인진료소장이 목격한 북한 의사들의 고군분투도 눈물겹다. 엑스선 필름이 부족해 결핵환자를 엑스선 촬영기 앞에 세우고 의사가 눈으로 1~2분 관찰한다. 하루 60명 환자를 보니 의사들은 엄청난 방사선에 노출돼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 화상환자를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 이식해 주기도 한다.

▶북한은 60, 70년대 "돈 없어도 병원 간다"는 '무상 진료'를 선전했다. 환자들은 리·동 진료소-시·군 병원-도 종합병원-적십자병원·평양의대병원 등 중앙 병원 4단계를 밟아 진료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동구권이 무너지면서 약품 공급이 거의 끊겼고 1990년대 식량난을 겪으면서 모든 게 흐트러졌다.

▶북한엔 약만 먹어도 살 수 있는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약이 부족해 병원에 가도 의사는 처방만 하고 약은 장마당 가서 사야 한다. 페니실린 주사 앰풀 한 개 값이 쌀 1㎏ 값이나 돼 일반 주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우리 의료·시민단체들은 평양에 어린이병원과 대동강 제약공장을 짓고 말라리아약과 결핵약도 보내고 있다. 독일은 2002년부터 해마다 북한 의사들을 10명씩 초청해 3개월~1년 연수를 시킨다.

▶11월부터 신종플루가 유행했다는 북한이 그제 평양과 신의주에 환자 9명이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학생 감염을 막기 위해 겨울방학도 앞당겨 4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영양실조에 면역력 약한 북한 어린이와 만성질환을 앓는 주민들, 그리고 형편없는 의료 시설과 수준을 생각하면 재앙으로 커갈 위험이 크다. 다행히 우리는 신종플루가 한풀 꺾였고 치료제 타미플루도 재고가 많다. 북한은 우리의 지원을 신속히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친구 중에 '신종플루' 환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