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신종플루…
北관련 민간단체들이 국정원보다 소식 빨라
탈북자 2만여명 인맥… 휴대전화의 위력 실감
최근 북한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와 탈북자단체, 북한 전문매체 등이 정부측 정보기관보다 빠르게 북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요즘 '풀뿌리 북한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한다"(안보부서 당국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 정권이 수십년 들여 세워놓은 정보 통제의 '둑'을 남북 간 민간 네트워크가 하나 둘 허물고 있는 것이다.지난달 30일 북한의 화폐개혁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것은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였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17년 만의 화폐개혁을 전격 통보한 지 불과 6~7시간 만이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확인 중"이라고 했고, 통일부는 사흘이 지나도록 "과거 화폐개혁 때와 달리 북한 보도가 없다"는 말만 했다.
1인당 화폐교환 한도가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되는 등 화폐개혁의 후퇴 조짐을 짚어낸 것도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었다. 2004년 4월 용천역 폭발 사건을 처음 알린 것도 민간단체의 북한 소식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배경에는 '탈북자 2만명'과 '휴대전화'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탈북자는 16일 "2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탈북자 중에는 남한에서 번 돈을 중국을 통해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 전역에 탈북자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특히 휴대전화는 북한 현장을 '보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2000년대 초 북·중 국경지역에서 중국과 밀무역을 하는 상인과 탈북자 브로커 등이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경을 왕래하는 비용보다 휴대전화 사용료가 훨씬 싸기 때문에 중국측 브로커들이 요금을 충전한 휴대전화를 북측 브로커에게 건네줬다는 것이다.
한 내부소식통은 "국경지역에서 휴대전화 사용량이 급증하자 중국 이동통신사들이 중계탑을 대거 건설해 과거 북한에선 산 중턱에 올라가야 터지던 휴대전화가 지금은 국경지역의 웬만한 집 안방에서도 외부와 연결된다"고 했다. 보위부 등이 강하게 단속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들키지 않게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북한 전역의 인적 네트워크들이 국경지역의 휴대전화를 활용해 내부 상황을 전해온다"고 했다. 민간단체들은 탈북자들을 채용하거나 북·중 국경에 사람을 보내 휴대전화 등으로 북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러나 이들 단체가 확인되지 않는 북한 소식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화폐개혁처럼 일반 주민들이 모두 알 수 있는 정보는 신뢰성이 높지만, 김정일 위원장 건강이나 후계 문제처럼 누구도 확인하기 어려운 평양 깊숙한 곳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보 당국자는 "북·중 국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 정보 브로커 조직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안다"며 "돈을 받고 정보를 팔기 위해 확인하기 어려운 자극적인 내용을 꾸며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난 6월 우리 정보 당국이 김정일 후계 정보를 파는 브로커를 붙잡아 취조했더니 "남한 인터넷을 검색해 그럴듯하게 만들어 냈다"는 자백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