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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된 북한 선원들 뒷이야기

화이트보스 2009. 12. 25. 10:39

송환된 북한 선원들 뒷이야기 [중앙일보]

2009.12.25 03:02 입력 / 2009.12.25 04:04 수정

나흘 굶으면서도 남측 음식 손 안 대고 발 잘라낼 동상에도 수술 거부하고

서해상에서 구조된 북한 선원 이 23일 북측으로 송환되고 있다. 낡은 작업복 바지 등 구조 당시의 차림새 그대로인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통일부 제공]
23일 오전 11시 판문점에서는 북한 주민을 송환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21일 서해 덕적도 서방 17마일(약 27㎞) 해상을 표류하다 구조된 선원 7명이다. 현장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측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엉덩이 부분이 해어져 속이 드러난 바지와 소금기가 허옇게 말라붙은 상의 때문이었다. 선장을 제외하고는 방한복도 없었다.

2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원 대부분은 얼굴과 손발이 동상에 걸린 것으로 진단받았다. 혹한과 파도를 피할 수 없는 거룻배 수준의 작은 선박에 7명이 탄 채 겨울 바다를 떠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서해상에는 3m의 높은 파도가 일었고 올 들어 가장 추웠다. 한 관계자는 “일부는 발을 잘라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고 귀띔했다. 우리 의료진이 수술을 권유했지만 선원들은 거부했다. 휠체어를 제공하려 했지만 마다하고 불편한 몸을 겨우 이끌고 걸어서 넘어갔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상태였지만 북한 선원들은 남측이 차린 식사에 입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표류 기간까지 합치면 적어도 나흘간 음식을 먹지 못한 셈이다. 40대 초반인 이들은 외견상 60대에 가깝게 보일 정도로 초췌했다. 표류 당시의 남루한 옷차림으로 판문점을 넘은 건 북한 선원들이 남측이 제공한 의복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속옷만이라도 주려 했지만 이들은 완강하게 버텼다”고 말했다.

2박3일간 안가(安家)에서 머문 이들은 선장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남한에 억류될까 걱정하던 이들은 북한 병사들을 보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경계선을 넘은 뒤 북측 관계자를 만나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감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남한 실상에 대해 철저하게 왜곡된 교육을 받은 선원들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