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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前) 삼성 회장의 사면에 대하여

화이트보스 2009. 12. 30. 10:49

이건희 전(前) 삼성 회장의 사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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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9 21:44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이건희 전(前)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강원도민·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지난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확정판결 4개월 만에 사면이 이뤄진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삼성 비자금 재판이 진행 중이던 작년 IOC에 스스로 위원 자격정지를 요청해 현재 일시적 자격포기 상태에 있다. 이번 사면으로 머지않아 IOC 위원 자격이 회복되면 세계 체육계에서 차지하는 이 회장의 개인적 위상(位相)과 글로벌 기업 삼성의 조직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형벌은 죄지은 사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탈법·불법을 사전에 억지(抑止)시키는 효과를 거두려는 것이다. 잦은 사면권 행사로 형벌의 효력을 일거에 무효화시키는 일이 되풀이되면 국가 형벌권의 본래 목적이 퇴색(退色)되고 만다. 따라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 극히 제한된 범위로 행사되어야 한다. 역대 정권이 사면권을 남용해 정치인·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의 전과(前科)를 주기적으로 지워주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법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 전 회장은 한국 최대의 기업일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인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같은 위치에 있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은 다른 수백 사람의 사면보다 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더구나 연말 사면의 은전(恩典)을 기대하고 또 받아야 할 대상이 이 전 회장뿐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전 회장 사면에 담긴 의미는 더 무겁다. 정부 역시 이 전 회장 사면의 현실적 필요성과 이 전 회장 사면이 법치주의(法治主義) 확립에 미칠 부정적 영향 사이에서 적지 않게 고민했을 것이다. 국민 여론 역시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 있다.

지금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평창과 겨루고 있는 독일프랑스는 각각 두 명의 IOC 위원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유치 설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고 유치 성공 여부에 대한 전망이 썩 밝다고만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 상황에서 사면권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머뭇거리고 국민도 확신하기 힘들었던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면 결정이 옳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이 전 회장 자신뿐이다. 이 전 회장이 자신을 사면하게 된 직접적 동기(動機)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글로벌 기업 삼성 내부에 남아 있는 전근대적 잔재(殘滓)를 말끔히 청소해 삼성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격상(格上)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그에 따라 국민의 생각도 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