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피해·경관 훼손” 역풍 맞는 풍력발전기
ㆍ제주, 인근 땅값도 떨어져 추가 사업 중단
ㆍ백두대간 허리 대관령 일대선 흉물 전락
ㆍ“유럽처럼 해상풍력 위주로 가야” 지적
17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 풍력발전단지.
고개를 한참 꺾어야 끝이 보이는 풍력발전기 11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날개 회전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풍력발전기들은 높이 100m에 가까운 위용을 자랑하면서 모구리 오름 등 주변오름을 가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된 이 풍력단지는 제주도 내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준공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성산읍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제주도에 사업승인 재검토를 요청했고, 주변 지역 토지주들도 준공을 한 달 앞두고 ‘준공불허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풍력발전기들은 직선 거리로 600여m 떨어진 성읍민속마을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제주 전통 초가지붕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는 좀 생뚱맞은 부조화를 연출한다. 성읍1리 조정민 이장은 “밤중에는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마을까지 들려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혜은이의 노래(감수광)처럼 ‘바람 부는 제주’에는 이런 풍력발전기가 많다. ‘돈 안 드는 바람을 활용해 청정에너지를 얻는다’는 풍력발전은 한때 바람의 섬 제주의 자랑거리였다. 2003년 제주시 구좌리에 행원풍력단지(15기)가 조성된 이후 활발한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민간이 운영 중인 풍력단지(6곳)를 합하면 제주도의 풍력단지 총 규모는 7곳 44기(79㎿)에 이른다.
비단 제주뿐이 아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도 풍력발전은 대유행이다. 대관령, 평창, 태백 등 동부지방산림청 관내에서만 84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 중 50기는 국유지에 설치됐다. 대관령은 가히 ‘풍력발전기 천지’로 변해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가 2007년 이후 추가적인 풍력발전사업의 승인을 중단한 것이다. 제주도는 그러면서 “2010년부터는 풍력발전 대신에 태양광 발전을 13곳, 소수력 발전을 1곳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왜일까. 왜 제주도가 제주섬의 자랑인 풍력발전을 끝내 외면한 것일까.
“풍력발전 때문에 인접 지역 소음, 지가 하락, 경관 저해의 문제가 야기됐어요. 주민들과의 갈등을 빚은 거지요.”(조기석 제주도 에너지정책담당)
사실 풍력발전기의 높이는 날개가 수직을 이룰 경우 120m에 이른다. 경관을 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분당 30회씩 회전하면서 ‘부웅 부웅’하는 굉음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백두대간의 허리인 대관령 일대는 풍력발전기로 뒤덮이면서 경관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해안가 위주였다. 그런데 거대한 토지가 필요해지면서 중산간(해발 200~600m)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업자들은 토지 확보가 수월한 마을 공동목장 등을 노린다.
발전기 외에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탑과 변전소도 필요해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풍력발전이 신재생청정에너지임을 부인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국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를 겨우 넘고 있고, 이 중 풍력발전은 8.5%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도 풍력발전 비중이 더 높아져야 마땅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백두대간의 허리에 볼썽 사납게 설치한다든가, 주민들이 사는 곳과 인접한 곳에 세운다든가 하는 등의 지적이 있는 만큼 환경훼손과 주민불편 등의 측면을 고려해 풍력발전소의 입지 등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부지방산림청 담당공무원인 이정원씨는 “이미 나무가 우거진 산림에 풍력발전기 설치를 할 수 없도록 행정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산림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의 조기석씨는 “제주의 경우 바람 효율은 산지보다 평야, 평야보다 해상이 좋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육상풍력보다 해상풍력 위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지금부터라도 풍력발전의 공급 규모와 전력연계, 발전효율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풍력발전을 기업에 맡겨 돈벌이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바람을 공유자원화할 수 있도록 풍력 공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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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백두대간 허리 대관령 일대선 흉물 전락
ㆍ“유럽처럼 해상풍력 위주로 가야” 지적
17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 풍력발전단지.
고개를 한참 꺾어야 끝이 보이는 풍력발전기 11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날개 회전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풍력발전기들은 높이 100m에 가까운 위용을 자랑하면서 모구리 오름 등 주변오름을 가리고 있다.

제주 성산읍 삼달풍력발전단지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 소음 및 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 제주도청 제공
지난해 11월 준공된 이 풍력단지는 제주도 내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준공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성산읍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제주도에 사업승인 재검토를 요청했고, 주변 지역 토지주들도 준공을 한 달 앞두고 ‘준공불허 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풍력발전기들은 직선 거리로 600여m 떨어진 성읍민속마을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제주 전통 초가지붕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는 좀 생뚱맞은 부조화를 연출한다. 성읍1리 조정민 이장은 “밤중에는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마을까지 들려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혜은이의 노래(감수광)처럼 ‘바람 부는 제주’에는 이런 풍력발전기가 많다. ‘돈 안 드는 바람을 활용해 청정에너지를 얻는다’는 풍력발전은 한때 바람의 섬 제주의 자랑거리였다. 2003년 제주시 구좌리에 행원풍력단지(15기)가 조성된 이후 활발한 민간투자가 이뤄졌다. 민간이 운영 중인 풍력단지(6곳)를 합하면 제주도의 풍력단지 총 규모는 7곳 44기(79㎿)에 이른다.
비단 제주뿐이 아니다. 강원도 산간지역에서도 풍력발전은 대유행이다. 대관령, 평창, 태백 등 동부지방산림청 관내에서만 84기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 중 50기는 국유지에 설치됐다. 대관령은 가히 ‘풍력발전기 천지’로 변해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가 2007년 이후 추가적인 풍력발전사업의 승인을 중단한 것이다. 제주도는 그러면서 “2010년부터는 풍력발전 대신에 태양광 발전을 13곳, 소수력 발전을 1곳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왜일까. 왜 제주도가 제주섬의 자랑인 풍력발전을 끝내 외면한 것일까.
“풍력발전 때문에 인접 지역 소음, 지가 하락, 경관 저해의 문제가 야기됐어요. 주민들과의 갈등을 빚은 거지요.”(조기석 제주도 에너지정책담당)
사실 풍력발전기의 높이는 날개가 수직을 이룰 경우 120m에 이른다. 경관을 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분당 30회씩 회전하면서 ‘부웅 부웅’하는 굉음을 만들어낸다. 예컨대 백두대간의 허리인 대관령 일대는 풍력발전기로 뒤덮이면서 경관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해안가 위주였다. 그런데 거대한 토지가 필요해지면서 중산간(해발 200~600m)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업자들은 토지 확보가 수월한 마을 공동목장 등을 노린다.
발전기 외에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탑과 변전소도 필요해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풍력발전이 신재생청정에너지임을 부인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국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를 겨우 넘고 있고, 이 중 풍력발전은 8.5%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도 풍력발전 비중이 더 높아져야 마땅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백두대간의 허리에 볼썽 사납게 설치한다든가, 주민들이 사는 곳과 인접한 곳에 세운다든가 하는 등의 지적이 있는 만큼 환경훼손과 주민불편 등의 측면을 고려해 풍력발전소의 입지 등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부지방산림청 담당공무원인 이정원씨는 “이미 나무가 우거진 산림에 풍력발전기 설치를 할 수 없도록 행정지침을 마련해줄 것을 산림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의 조기석씨는 “제주의 경우 바람 효율은 산지보다 평야, 평야보다 해상이 좋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육상풍력보다 해상풍력 위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지금부터라도 풍력발전의 공급 규모와 전력연계, 발전효율 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풍력발전을 기업에 맡겨 돈벌이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바람을 공유자원화할 수 있도록 풍력 공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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