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다시보는 6.25

6·25 임진강전투 영국군 희생 잊어선 안 돼”

화이트보스 2010. 1. 20. 13:14

6·25 임진강전투 영국군 희생 잊어선 안 돼” 블로그담기

영국 언론인 새먼, 참전용사 얘기 담은 책 내
백선엽 장군, 한국어판 출판기념회에서 강조
[중앙일보]2010.01.20 02:14 입력 / 2010.01.20 06:18 수정
백선엽 장군(오른쪽)이 새먼(왼쪽)이 펴낸 『마지막 한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먼이 들고 있는 책은 백 장군의 회고록 『군과 나』이다. [김성룡 기자]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4월, 영국군 29보병여단 소속 글로스터 대대 750여 명은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설마리의 고지에서 4만2000여 명의 중공군과 맞서 싸웠다. 영국군은 마지막 한 발의 총알이 다할 때까지 싸웠다. 살아서 탈출한 병력은 고작 50여 명. 나머지는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다. 역사는 이를 임진강 전투라고 부른다.

여기서 싸운 용사들에게 임진강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중령으로 예편한 조지 트루엘은 아들에게 ‘임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샘 머서 하사는 영국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을 전투가 벌어진 지명을 따서 ‘설마리’라고 부른다.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는 올해, 이들의 전투 기록과 그 이후를 담은 『마지막 한발』( 시대정신)이 출간됐다. 지난해 4월 나온 영문판 『투 더 라스트 라운드(To the Last Round)』의 번역판이다. 영국의 더 타임스,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와 포브스 등의 매체에 서울발 기사를 송고하는 영국 출신 언론인 앤드루 새먼(43)이 2년 넘게 자료를 모으고 50여 명의 참전용사를 면담해서 펴냈다.

새먼이 인터뷰한 인물 중의 한 명이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다. 백 장군은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19일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새먼이 뜻 깊은 일을 해냈다”며 “영연방 군대는 6·25전쟁에서 국군과 미군 다음으로 큰 희생을 치렀으며,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영국군은 1109명이 전사하고 2674명이 부상, 1060명이 포로가 되거나 실종됐다.

새먼은 “백 장군은 살아있는 전설”이라며 “임진강 전투와 백 장군과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처참한 전쟁의 드라마를 몸소 겪어낸 백 장군을 빼놓고는 6·25전쟁을 거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백 장군은 시종일관 꼿꼿한 자세로 임진강 전투와 관련된 회고를 쏟아냈다. 백 장군은 “임진강은 대륙에서 한반도를 침공할 때 반드시 거치는 경로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라고 설명하고 “내가 지휘했던 국군 제1사단도 임진강 방어 임무를 맡았다”라고 회고했다.

“영국군이 치렀던 임진강 전투는 한국인으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싸움입니다. 그런 용감한 젊은이들이 이 땅에서 명에롭게 싸웠기에 중공군과 북한군으로부터 서울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대한한국은 없었을 겁니다.”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을 연재하고 있는 백 장군은 “앞으로 영국군을 비롯한 유엔군의 다양한 활약상을 지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수진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