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1일 한국형 전투기(KFX), 공격헬기(KAH) 등 군용기와 민항기(民航機)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항공산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현재 19억달러에 불과한 항공산업의 생산규모를 2020년까지 10배인 200억달러(약 23조원)로 확대해 현재 세계 15위권인 항공산업 수준을 G7으로 올려놓는다는 계획이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자주국방을 위해 우리도 80년대 중반엔 최신예 전투기를 생산할 것"이라고 선언한 지 35년 만이고, 1982년 최초의 국산 조립 전투기 '제공호(制空號)'가 나온 지 28년 만이다.
현재 우리 항공산업은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에 이어 한국형 기동헬기(KUH) 사업 등을 통해서 고성능 항공기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다른 산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에 견주어 뒤처지고 있으며, 민·군 항공기 관련 무역수지도 지속적인 적자(2008년도 15억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산업 G7 도약을 위한 청사진이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뒤에 항공산업 수출 100억달러, 항공기업 300곳 육성, 고급 일자리 7만개 창출 등의 목표는 야심 차기는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항공산업은 선진국들이 절대 기술 이전을 하지 않는 분야 중의 하나다. 초기 투자비용이 과다하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며, 투자회수 기간이 길고 수출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이번 항공산업 발전 계획의 핵심은 한국형 전투기와 한국형 공격헬기를 자체 개발하기로 한 결정이다. 두 사업의 규모는 지금 계산으로도 수십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형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 세계 고성능 전투기들의 성능은 차원을 달리해 발전해버렸다. 내년으로 예정된 탐색(探索) 개발 착수 후에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들을 따라가기는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들여 2류·3류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라 해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일은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소중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비용 대비 효과는 따져봐야 한다.
한국형 전투기 국내 개발은 우리보다 앞선 항공 선진 기술국과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재적 구매 수요가 있는 국가를 기획 초기 단계부터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항공기를 구입할 가능성이 많은 인도네시아·터키·UAE 같은 국가들과 함께 검토하고 그들의 자본도 참여시켜야 한다.
한국형 공격헬기의 경우 6~8인승급의 소형 무장(武裝) 헬기를 새로 만든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공격헬기는 북한 특수부대를 저지해야 하는 등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중요한 무기의 개발 방향을 효율성 측면으로만 결정할 수는 없다. KUH(한국형 기동 헬기) 사업과의 투자중복성과 KUH를 활용해서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도 비교 검토해야 한다. 같은 급(級)의 민수용(民需用) 헬기를 수출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수출할 수 없었다면 그 운명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자명(自明)하다.
10년 걸린 한국형 전투기 개발 결정
입력 : 2010.01.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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