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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 미국 고지(高地)에 올라야 한다이태섭 AEHI 코리아 대표(전 과

화이트보스 2010. 1. 27. 09:53

원전 수출, 미국 고지(高地)에 올라야 한다

  • 이태섭 AEHI 코리아 대표(전 과학기술처 장관)

입력 : 2010.01.26 23:13

이태섭 AEHI 코리아 대표(전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형 원전 수출시대의 막이 올랐다. 이제는 미국 시장을 겨냥할 때다. 흔히 중국을 향후 최대 원자력 발전 시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시장도 그 규모가 막대하다. 오히려 중국 시장을 능가한다는 전망(展望)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전무하다가, 2002년에 발표된 '원자력 발전 계획 2010'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이 다시 일고 있다. 원자력의 안전성이 강화된 데다 온실가스 규제(規制)와 원유 값 상승에 따른 현상이다. 부시 정부에 이어 오바마 정부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자금의 80%까지를 정부가 보증해 주고 있다.

현재 미국 16개 주에 34기의 원전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중 28기의 원자로에 대한 발주(發注)가 끝났다. 일본 도시바의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14기를 수주했고, 히타치·미쓰비시·도시바 등 일본 회사가 6기를, 프랑스 아레바가 6기를 판매하였고, 미국 회사로서는 GE가 2기를 수주(受注)한 것이 전부다. 미국 시장을 일본(71.4%)과 프랑스(21.4%)가 양분하여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회사들은 오랜 공백기 때문에 수주 능력이 떨어져 있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노후(老朽) 원자로를 교체하는 시장이 또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104개 원자로의 대부분이 교체 대상이기 때문에 이 시장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앞으로 300기 이상의 원전 시장을 바라볼 수도 있다. 이러한 엄청난 미국 원전 시장을 두고 우리가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기회는 우리에게도 열려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일본·프랑스 기업과 경쟁해야만 한다.

한국형 원전이 미국에 진출하기 위하여는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 인증(認證)'을 받는 것이 필수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선 적지 않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원자로 건설기업이 자체적으로 신청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한국형 원자로를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미국 원전회사가 존재할 때 공동으로 설계인증을 신청하면 심사를 시작한다. 일본과 프랑스의 기업들은 이미 설계인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지만 인증을 받은 회사는 아직 없다. 미국의 설계인증을 받게 되면 미국뿐 아니라 우리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효과적으로 한국형 원자로의 안전성을 보증(保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의 원전 수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설계인증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또 하나 풀어야 할 과제는 한국이 과거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을 도입할 때 차후 미국 진출을 제한하는 옵션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와 새로운 로열티 계약을 맺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과 프랑스 역시 우리와 똑 같은 옵션 계약을 맺었음에도 지금 미국에서 활발(活潑)한 수주전을 펼치고 있음을 보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TV·자동차·휴대폰·반도체 모두 일본보다 뒤늦게 세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에 승리하고 최고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우리나라의 원전 사업도 시작은 미약하나 머지않아 세계 최고가 되리라 확신한다. 그 지름길이 미국 고지(高地)에 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