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강도 논란' 이 부근에서 접는 게 正道다

화이트보스 2010. 2. 12. 08:53

'강도 논란' 이 부근에서 접는 게 正道다

  • 트위터로 보내기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뉴스레터
  • 뉴스젯
  • RSS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 기사목록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입력 : 2010.02.11 23:07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1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전날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말한 것에 대해 "분초(分秒)를 아끼며 일하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실언(失言) 파문"이라며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을 '집안 강도'에 비유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충북도청 신년업무 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강도라는 뜻으로 언급한 것을 박 전 대표가 다음날 '집안 강도'라는 말로 받으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친박 진영 대변인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집안 강도 비유가)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우리가 사과할 일을 했느냐"고 했다. 박 전 대표도 "말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측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알아서 조치를 취하라는 뜻이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세종시 수정안 발표 후 처음 충청지역을 찾아 한 달 만에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면서 '강도'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친박 핵심 중진인 송광호 의원은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지칭한 게 아니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너무 정치적으로 나선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양측은 논란을 빚은 발언들이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이런 오해 하나 조용하게 풀지 못한다면 국민으로선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 날이 선 말은 하는 사람이든 듣는 사람이든 누군가 다치기 십상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元首)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責務)를 진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존경의 표시는 특정인 대통령을 위한 게 아니라 '헌법 속 대통령'의 이런 위상(位相)을 무겁게 여겨서다. 현 정계(政界)에서 박 전 대표만큼 대통령이란 직책의 성격을 몸과 마음으로 익힌 사람은 달리 없다. 대통령을 아버지로 뒀고, 본인 스스로 대통령의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작년 9월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할 때 야당 하원의원이 오바마에게 "거짓말"이라고 외쳤다가 국민과 언론의 질책을 받고 공개 사과했다. 미국인들은 이 행동을 오바마 대통령 개인에 대한 야유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미국 헌법 제도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박 전 대표도 불필요한 '강도 논란'은 이 부근에서 접는 게 나을 듯하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 전 대표를 굳이 '박근혜 의원'으로 지칭한 것도 옳은 태도 같지는 않다. 지나치게 나아가서 좋은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