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한국은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나 03 경제] |
6大 핵심 산업 놓고 ‘한·일 각축전’ 조선·반도체·LCD는 한국 우세, 자동차·IT·철강은 난형난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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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생산대수는 일본이 월등 … 디자인·가격경쟁력은 한국이 앞서 2008년 자동차 생산대수 순위를 보면 일본이 1156만대로 세계 1위이고 한국은 383만대로 5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한국보다 3배 이상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의 증가 속도를 비교해보면 한국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1967년 7000대에 불과하던 한국의 생산대수는 2008년 383만대로 무려 547배가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일본은 315만대에서 1156만대로 3.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76년 한국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1000대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285만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371만대에서 655만대로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절대 대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한국이 빠른 속도로 일본을 뒤쫓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일본 추격은 생산, 수출 같은 양적인 측면보다 품질, 기술, 디자인 등 질적인 측면에서 더욱 거세다. 먼저 2004년 초기품질지수에서 현대자동차는 결점 수 102를 기록하면서 산업평균(119)은 물론 BMW(116), 포드(127), 폭스바겐(141) 등 세계적 기업들보다 결점 수가 적었다. 결점 수 101개로 1위를 한 도요타와도 1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언론들은 ‘지구가 평평하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표현을 써가며 놀라움을 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엔진 부문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타우엔진이 미국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10대 최고 엔진’에 2009년과 2010년 연속으로 올라, 한국의 엔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인정받았다. 또한 기아 ‘쏘울’(위 사진)이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레드 닷 디자인상’을 받았고, 기아의 유럽 전략형 소형 다목적 차량인 ‘벤가’도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한국차는 소프트웨어 부문인 디자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친환경 기술에서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걸음은 주목할 만하다. 2009년 7월 LPG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전기차 및 연료전지차 개발 등에서도 일본차에 크게 뒤지지 않는 개발 일정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 일본 자동차산업보다 선제적으로 진출해 최근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종합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양적인 측면에서 다소 뒤졌을 뿐 친환경 기술을 포함한 질적인 측면에서 일본차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고, 가격경쟁력과 신흥국 진출에서는 일본을 능가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seribok@seri.org |
철강 종합경쟁력에서는 일본 추월, 생산량은 절반 수준 한국이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조금씩 기반을 갖춰나가던 1960년대에 일본은 이미 세계적 철강 강국이었다. 당시 일본은 최첨단 철강기술인 연속주조 및 산소전로제강 기술을 도입하면서 단숨에 최고의 철강국으로 부상했다. 규모 면에서는 미국과 소련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지만 경쟁력, 기술력 등에서는 ‘실질적인 1인자’였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철강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기 전까지 일본은 약 40년간 양적, 질적으로 세계 철강산업을 주도했다. 일본이 고속성장을 시작하던 1960년대에 우리 철강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1970년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겨우 50만t으로 일본의 200분의 1 수준이었고, 세계 철강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에 그쳤다. 그러나 2차 오일쇼크와 경기침체 등으로 일본 철강산업은 1980년대 이후 거의 성장이 정체된 데 비해, 한국은 최근까지 양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제는 일본을 바짝 따라붙었다. 지난해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5362만t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 앞으로도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조선 같은 수출산업과는 달리 중간소재로서 내수산업의 성격이 강한 철강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가 단위에서 우리 철강산업이 양적으로 일본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기업 단위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와 일본 철강산업의 자존심 신일본제철을 비교해보면 여러 면에서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에 앞서 있다. 규모에서는 신일본제철이 약간 앞서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양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힘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같은 경영성과 면에서는 포스코가 압도적 우위에 있고, 경쟁력에서도 포스코가 훨씬 우수하다는 게 객관적 평가. 철강사들의 종합경쟁력 순위를 발표하는 철강전문연구기관 WSD에 따르면, 포스코는 순위 발표가 시작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1∼2위를 유지해온 반면 신일본제철은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기술력에서는 일본이 아직 세계 최고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한국도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우리 철강업계는 외국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R·D(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 조업·공정기술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고, 출선비와 원료비 등 일부 기술에서는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파이넥스(가루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 형태로 구워주는 등 복잡한 과정을 생략한 신기술), 스트립 캐스팅(쇳물에서 바로 두께 2~4mm의 얇은 강판을 만들어 냉각과 가열 과정을 생략하는 신기술) 등 차세대 공정기술 개발에서도 선도적 위치에 있다. 특히 100년 넘은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기술인 파이넥스를 일본이 중도에 개발을 포기한 가운데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포스코가 기술력에서도 한발 앞섰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 철강산업이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일본과 기술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좋은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는 일본을 빨리 따라 하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실패 위험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졌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면승부를 펼쳐 진정한 실력을 가려야 할 때다. 그만큼 우리 고유의 기술개발력 배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탁승문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전략연구실장 smtak@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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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日 추월 후 1년 이상 격차 … D램 점유율은 한국 57%, 일본 17% 한국 반도체산업에서 2009년은 지난 2년간의 혹독한 불황에서 경쟁사들을 제압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해다. D램 세계 1, 2위 기업을 보유한 한국은 2009년 3/4 분기에 시장 점유율 57.2%(삼성전자 35.5%, 하이닉스 21.7%)로 엘피다가 홀로 분발하는 일본(16.9%)을 3배 이상 앞섰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삼성전자 39.3%, 하이닉스 10.0%로 한국이 절반을 차지한 데 비해 일본은 34.6%(도시바)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는 1992년 일본의 도시바를 제치고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1993년 도시바와 히타치를 추월해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도시바를 추월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20년 가까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천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싸운다’는 치킨게임에서 한국이 승리한 이유는 뭘까. 일본, 대만 기업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사이에 위기관리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발휘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넓힌 게 주효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2/4 분기에 메모리 업계 중 가장 먼저 흑자 전환했고, 하이닉스도 3/4 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해외 경쟁사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독일의 키몬다는 파산했고, 치킨게임을 촉발한 대만 기업들도 무리한 증산 경쟁에 부메랑을 맞아 생존을 걱정하고 있으며, 일본 최대 메모리 기업인 엘피다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만큼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공정 기술력의 경우 한국과 해외 기업 간의 격차는 2008년 6개월~1년이었으나 최근에는 1년 이상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9년에 차세대 D램인 DDR3 생산을 위해 회로선폭 40나노급 공정을 본격 가동했지만 일본과 미국, 대만 기업들은 60나노급 이상 제품 생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최근에야 엘피다만이 40나노급 D램 양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게임은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파산한 독일 키몬다 외에 일본, 대만의 주요 경쟁기업들은 거의 모두 살아남았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각국 정부의 개입 등으로 기업 퇴출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도시바, 엘피다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더 이상 뒤처지면 영영 추격할 수 없다는 일종의 위기위식이 작용해 공격적인 투자방침을 세우고 있다. 또한 엘피다는 윈본드, 프로모스 등 대만 기업과의 합종연횡으로 선두권 탈환을 노린다. 따라서 또다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그 경쟁 양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확대해야 한다. 대규모 선행투자로 경쟁사를 압도하는 물량 공세도 중요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과 고객 특화형 제품으로 점유율을 넓혀야 한다. DDR3 제품, 절전형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기능 결합 퓨전 제품, SSD(Solid State Drive) 등의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사들의 입지를 더욱 옥죄어야 할 것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JSW@seri.org |
조선 韓, 세계 최강 탄탄한 경쟁력 … 日, 中과 손잡고 재기 노력 조선산업은 431억 달러를 수출(2008년 기준 한국 수출액의 10.2%)하는 한국 최고의 산업으로서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연간 수주량, 수주 잔량, 건조량 등 조선산업을 가늠하는 모든 지표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우리나라에 있을 만큼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최강’이다. 2009년에도 500억 달러 안팎의 수출을 기록, 국내 최고의 산업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본격화한 세계 경제위기는 조선업계에도 태풍으로 불어닥쳤다. 2009년 한 해 동안 선박 수요가 전년 대비 85% 정도 줄었고,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유럽의 여러 조선소가 경영부진으로 파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틈타 강력한 조선산업 부흥책을 시행해 2009년 연간 수주량에서 한국을 앞지르는 등 세계 조선산업의 기존 질서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이 다시 굵직굵직한 신조선 수주의 포문을 열기 시작해 한국의 위상은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세계 조선산업의 맹주 자리는 기술혁신과 원가경쟁력 우위에 의해 세 차례 크게 바뀌었다. 근대 이후 1950년까지는 강철선(鋼鐵船)의 리벳 건조(강판에 구멍을 뚫고 리벳을 사용해 금속재료를 영구 결합하는 것) 기술을 개발한 영국이 맹주였다. 이후에는 용접을 이용한 블록 건조방식(선박을 블록 단위로 미리 만들어 최종 접합하는 방식)을 상선(商船) 건조에 활용한 일본이 최강자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우수한 설계 전문인력과 대형 설비(도크와 크레인 등)를 보유한 한국이 창조적인 건조 공법을 개발, 적용하는 등 생산성 혁신을 통해 고객 맞춤형 대형 첨단선박을 건조하면서 세계 조선업계를 평정했다. 기술력도 한국은 정부와 대형 조선소의 꾸준한 투자와 R·D를 통해 2006년에 이미 일본과의 격차를 대부분 줄였고, 몇몇 분야에선 일본을 앞서고 있다. 한국은 특히 선박건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설계 인력을 일본보다 4배 이상 확보, 차별화한 설계와 건조 IT의 활용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용도와 모양, 크기의 선박을 최단시간에 맞춰줄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보유함으로써 드릴십, FPSO, 쇄빙유조선과 같은 고가의 특수 선박뿐 아니라 첨단 크루즈선까지 모든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을 건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일본은 자국 내 공간적인 한계로 증설이 힘들어졌고, 무엇보다 기술인력 부족과 고령화 등으로 향후에도 과거와 같은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힘들 전망이어서 더 이상 한국 조선산업의 적수가 되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이 요주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중국 조선산업의 종합경쟁력은 한국의 90% 수준까지 근접했고, 한국의 6분의 1에 그친 저임금과 자국 내에서 한계를 느끼고 중국에서 재기를 노리는 일본 조선소로부터의 기술이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육성책 등으로 중국 조선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막대한 투자로 대형 조선소를 잇따라 건립하고 이미 세계 최대의 도크 건설을 완료했다. 뿐만 아니라 ‘국수국조(國輸國造·중국 화물은 중국산 배로 운송한다)’ 정책을 시행해 중국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의 70% 이상을 중국 조선소가 건조하고 있다. 일본의 벽을 넘어선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조선업계의 맹주로서 주도권을 지켜내려면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IT와 전자, 환경 등 차별화된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부가가치의 신개념 선박 개발을 선도해 높아지는 고객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해야 한다. 조선산업의 개념을 기존의 ‘선박 건조자(Carrier Builder)’에서 ‘해양 개발자(Ocean Developer)’로 확장함으로써 단순히 배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해양 플랜트 건설, 해양 개발, 선박금융 등 사업영역과 방식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도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취약한 선박금융 개선과 변화된 업의 개념에 맞는 인적 자원 육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배병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bae@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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