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형 경제쇠퇴’ 한국도 닮아가나
저출산·고령화로 내수 위축·시스템 개혁 실패… 저성장 ‘허우적’
생산인구 등 감소로 경제활력 크게 위축 한국도 악순환 우려
LG경제연 보고서
경향신문 | 김준기 기자 | 입력 2010.02.21 18:17 | 수정 2010.02.21 18:54 |
#일본 도쿄의 심장부인 긴자(銀座)지역의 간판 점포인 세이부(西武) 백화점 유라쿠초(有樂町)점이 최근 폐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장기화되고 있는 소비부진의 영향으로 적자가 쌓이고 향후 실적회복 전망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자산과 소득이 줄어드는 디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저가상품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백화점이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 6월, 도쿄의 번화가 아키하바라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파견근로자였다. 일본의 시사주간지인 < 주간금요일 > 은 최근호에서 도요타가 경비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것이 오늘날의 대량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제조업의 간판인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 파동을 겪고,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수십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해온 일본경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장기불황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내수시장이 축소하고 있는데도 '서방 따라잡기'식 경제시스템을 복지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도 똑같은 위험에 직면할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일본경제 쇠퇴하나 = LG경제연구원은 21일 내놓은 '일본 경제의 쇠퇴 현상,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일본형 경제 쇠퇴'의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에서도 금융이 건실하게 유지되고 있고, 녹색기술, 우주기술,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만성적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의 장기화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일본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본 기업은 현장 기술력은 강하지만 리스크가 큰 투자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 못하면서 한국, 대만 기업의 부상으로 산업 주도권도 잃기 시작했다.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93년 10%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비정규직 증가가 제조업 리콜사태 단초 = 일본 경제 쇠퇴의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압력이 작용한다. 일본은 1995년 이후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5년부터는 총인구까지 감소하며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취업자 수 감소로 이어지며 생산활동 위축, 소득 감소, 소비시장 축소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가 개발 경제성장 모델을 버리지 못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며 제조업을 여전히 중시하면서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한 복지 경제시스템 전환을 어렵게 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의 각종 개혁도 그랜드 디자인 없이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개혁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비정규직 고용 증대에 따른 생산현장 내 일체감 약화로 현장 기술력이 떨어지면서 도요타 리콜사태 등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 우리경제도 저성장 늪에 대비해야 =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생산인구 감소→경제활동 및 소비위축→고용악화→생활기반 악화→저출산 심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간소득의 40% 이하 소득계층 비율)이 9.8%로 미국 다음으로 높고, 소득격차 문제가 심한 일본(9.5%)보다도 높아 출산율 회복에 필요한 안정적 생활기반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막대한 자본 투입의 산업발전 형태를 보이면서 선진국보다 노동시간이 길고 1인당 생산성은 낮아 탈공업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저출산과 경제 쇠퇴의 악순환을 차단하려면 기업활동을 보장해 고용 창출력과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고 출산·교육·노후 등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획일적인 기업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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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도쿄의 번화가 아키하바라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7명을 숨지게 한 범인은 파견근로자였다. 일본의 시사주간지인 < 주간금요일 > 은 최근호에서 도요타가 경비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것이 오늘날의 대량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 제조업의 간판인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 파동을 겪고, 대표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수십년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해온 일본경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장기불황에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내수시장이 축소하고 있는데도 '서방 따라잡기'식 경제시스템을 복지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하지 못하면서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보다 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도 똑같은 위험에 직면할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에서도 금융이 건실하게 유지되고 있고, 녹색기술, 우주기술, 부품·소재 분야 등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만성적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저성장의 장기화는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일본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본 기업은 현장 기술력은 강하지만 리스크가 큰 투자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지 못하면서 한국, 대만 기업의 부상으로 산업 주도권도 잃기 시작했다.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1993년 10%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4%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가 개발 경제성장 모델을 버리지 못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며 제조업을 여전히 중시하면서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한 복지 경제시스템 전환을 어렵게 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의 각종 개혁도 그랜드 디자인 없이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개혁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비정규직 고용 증대에 따른 생산현장 내 일체감 약화로 현장 기술력이 떨어지면서 도요타 리콜사태 등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 우리경제도 저성장 늪에 대비해야 =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도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생산인구 감소→경제활동 및 소비위축→고용악화→생활기반 악화→저출산 심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간소득의 40% 이하 소득계층 비율)이 9.8%로 미국 다음으로 높고, 소득격차 문제가 심한 일본(9.5%)보다도 높아 출산율 회복에 필요한 안정적 생활기반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막대한 자본 투입의 산업발전 형태를 보이면서 선진국보다 노동시간이 길고 1인당 생산성은 낮아 탈공업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저출산과 경제 쇠퇴의 악순환을 차단하려면 기업활동을 보장해 고용 창출력과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고 출산·교육·노후 등에서 안정적인 생활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획일적인 기업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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