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수께끼’ 유종근 전 전북지사 옥중 번역 출간
“북핵 미해결시 한국과 일본도 핵 무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아 2004년 출간 당시 파문을 일으킨 ’한국의 수수께끼(The Korean Conundrum)’가 최근 번역ㆍ출간됐다.현재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복역 중인 유종근 전 전북지사가 ’한국과 이혼하라(창비)’라는 이름으로 번역한 이 책은 보수주의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테드 게일런 카펜터와 더그 밴도 연구원이 작성한 한반도 정책 보고서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눈에 한국은 ’우리가 돈 들여가며 지켜주는데 은혜도 모르고 툭하면 반미시위나 벌이는 배은망덕한 나라’로 보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라는 부부는 ’합의이혼을 할 때다’라고 제목을 붙인 제5장을 따라 ’한국과 이혼하라’라는 한글판 제목을 단 책에는 한국을 보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다.
저자들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반도는 공산주의 국가가 됐을 것이며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이상 주한미군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은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있는 나라임에도 자국의 안보를 미국에 떠넘기는 무임승차자라고 꼬집고 미국은 한국을 방위해주지만 한국은 미국을 위해 하는 일이 없다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한국 내 이라크 파병에 대한 극렬한 반대 여론에서 보듯이 한국은 동맹의 상호성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며 이제 한국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미국민의 희생을 요하는 일일 뿐 미국에게는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북핵문제의 해법으로는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일본은 더 이상 과거의 제국주의 욕망에 물든 국가가 아니며 동아시아는 오랜 기간 평화가 유지돼 지역 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
따라서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고 해서 동아시아가 위협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또 일본이 북핵 위협을 근거로 핵무장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일 경우 중국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핵무장한 북한이 미국의 악몽이라면 핵무장한 일본은 중국의 악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한국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호전적이고 불안정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일본이나 한국처럼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나라들 수중에 핵무기가 있다면 북한의 핵은 더 이상 독점적인 위협수단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유종근 전 지사는 서문에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권장 또는 용인해야 한다는 저자들의 제안은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면서도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주장하는 강경파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이루고 있으며 이 책은 미국 외교안보서클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적지않은 도움을 준다”고 번역의 이유를 밝혔다.
374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