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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내년 1000원 간다"

화이트보스 2010. 3. 10. 14:42

원달러 환율 내년 1000원 간다"
원달러 환율 내년엔 1000원대로 안정
"시장참여자 고작 60여개…외환 파생 부문 키워야"

"혹시 당구 치세요?"

외환딜러가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기자가 묻자 신한은행 김장욱 차장(41)은 뜬금없이 당구 이야기를 꺼냈다.

"당구를 처음 접하게 되면 자나깨나 당구 다이와 공의 궤적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죠. 그만큼 미쳐야 실력이 빨리 늘죠. 외환 딜링도 마찬가지에요. 열정(Passion)이 있어야 합니다."

외환딜러 생활 10년째이지만 아직도 새벽 2~3시에 해외브로커가 보내주는 환율 정보 메시지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고 한다.

"글로벌 외환시장은 24시간 돌아가니 몸은 침대에 누워있어도 마음은 이미 미국과 유럽 외환시장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할까. 환율이 제가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는지 궁금해서 항상 새벽에 먼저 눈이 떠지곤 합니다."

평소 무표정한 편인 김 차장은 `환율` 이야기만 나오면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한다.

◇환율, 중·장기 하락세…대외 변수가 불확실성 키워

"2~3년전까지만 해도 환율은 900~1000원선에서 등락하며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습니다. 문제는 2008년 세계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만브라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지면서 우리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김 차장은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잇따른 글로벌 쇼크에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국내 펀더멘털보다 대외 변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악화 문제를 비롯해 미국 재할인율 인상 등의 요인으로 환율은 하루에 10원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과거에 비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많아져 환율의 변동폭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는 있지만 적정 수준으로 회귀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김 차장은 이같은 관측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2011년에 10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불거져나온 중국 위안화 절상 여파가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김 차장의 예상.

김 차장은 "지난 2005년 7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때 원·달러 환율은 30원 이상 급락했다"며 "하지만 이번의 경우 중국 위안화 절상이 어느 정도 예견되고 있어 환율은 대략 10원 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참여자 고작 60여社…"외환 파생 부문 키워야"

"현재 우리 외환시장에는 약 60여개 업체가 시장 참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 20~30개만이 활발하게 외환 딜링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차장은 정부와 시장참여자가 합심해 외환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외환시장에서 신한은행의 시장점유율이 12%"라며 "한 시장참여자가 이렇게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것은 시장의 협소함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 정부가 시장 질서를 잡아주는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더욱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08년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차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증권 및 보험사도 외환 관련 비지니스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더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단순한 외환 거래에 그치지 않고 외환 관련 파생 부문에도 진출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규제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외환거래법도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 차장은 마지막으로 외환딜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정성어린 조언을 했다.

"외환딜러는 자신만의 뷰(view)를 가지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해야하는데 평상 시 훈련이 필요합니다. 경제 현상을 보면서 항상 `왜?`라고 자문해보세요. 나아가 외환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저자의 논리를 적어보고 역발상을 해보세요. 그러면 시장을 보는 눈과 함께 외환딜러로써의 육감적인 근성이 생길 겁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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