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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머물렀던 오대산 오두막 가보니…

화이트보스 2010. 3. 13. 09:36

스님이 머물렀던 오대산 오두막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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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3 05:29 / 수정 : 2010.03.13 09:12

문엔 바람막을 비닐 한겹… 해우소엔 '기도하라' 푯말

"법정 스님의 입적을 슬퍼하듯 오대산에는 비가 내렸다."

12일 오후 법정 스님이 지난 1992년 이후 머물렀던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의 산촌가옥을 찾았다. 이 집은 도로에서 걸어서 10여분 정도 눈 덮인 오솔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스님이 사람들을 모두 물리치고 참선과 집필에 몰두했던 만년의 거처는 오랫동안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없었고, 지붕에는 눈이 수북했다. 지난해 가을 지병이 재발한 스님이 서울로 떠난 이후 돌보는 사람이 없었던 흔적이었다.

너와집 형태의 건물에는 스님이 서재 겸 침실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큰 방 한 개와 그 옆으로 3~4개의 방이 붙어 있는 형태다. 출입구는 문살에 한지를 붙인 오래된 여닫이 문이었고 겨울을 나기 위해 비닐로 한 겹을 덧씌워 놓았다. 문은 모두 잠겨 있었다.

강원도 오대산 산촌에 자리잡은 법정 스님의 거처. 해우소에 ‘기도하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김지환 객원기자

문살 사이로 보이는 서재에는 외롭게 남은 책상과 침대가 스님이 사용했던 흔적을 말해줬다. 책상 위에는 촛대와 커피콩을 가는 기구를 비롯해 볼펜·스탠드·유리주전자·휴지 등 스님이 쓰던 물품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책상 옆에는 안락한 소파형 의자가 있고 그 뒤로 침대가 보였다. 침대 위에는 잘 정돈된 이불이 놓여 있었다. 침대 머리 위쪽으로는 직경 50㎝가량의 대형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발 쪽으로는 큰 통 3~4개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방 뒤쪽 아궁이 주변은 시꺼멓게 그을음이 남아 있었고, 스님이 쓰던 것으로 보이는 고무장화와 모기약도 놓여 있었다.

해우소(解憂所) 입구에는 '기도하라'라는 작은 푯말이 걸려 있어 스님이 어디에서든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창고에는 겨울을 나기 위한 장작이 가득했고 계곡물을 식수로 끌어다 쓰기 위한 펌프도 한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인근 마을 주민인 김상기(73) 할머니는 "17~18년 전쯤 법정 스님이 처음 오신 것 같다"며 "오대산에 들어오면 우리 집 마당에 차를 세우고 10여분 오솔길을 걸어 집으로 올라가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스님께서는 아프기 전까지는 서울과 오대산을 수시로 오갔다"며 "밭일을 하러 다니다 만나기라도 하면 '일 잘하고 오시라'는 인사를 꼭 해 주셨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