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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다비식,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

화이트보스 2010. 3. 13. 13:50

법정 스님 다비식,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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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13 12:10 / 수정 : 2010.03.13 13:46

'무소유' 법정스님, 다비식 거행

“스님, 불길 속에서 연꽃으로 피어나십시오.”

11일 입적(入寂)한 법정(法頂) 스님이 13일 오전 불꽃 속에서 금생(今生)의 인연을 마감했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13일 오전 11시 40분쯤 전남 순천 송광사 경내 조계산 자락에서 엄수됐다. 스님의 유지대로 군더더기 없는 간소한 예식이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 1만 5000여명은 조계산을 가득 메우며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전날 오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스님의 출가 본사(本寺)인 송광사로 옮겨진 법정 스님의 법구(法軀)는 이날 오전 10시 안치됐던 문수전을 나섰다. 송광사 경내에는 범종(梵鐘) 소리가 108번 은은히 울려 퍼졌다. 서울에서 옮겨온 모습 그대로 대나무 평상 위에 누워 가사를 덮은 채였다. 위패와 영정(影幀)사진을 앞세운 법정 스님의 법구는 대웅전 앞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다비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추모객들은 “석가모니불”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다.

다비식 역시 간소했다. 만장(輓章)도 없었고, 추모사, 조사(弔辭)도 일절 없었다. 다비장은 문수전에서 약 2㎞ 정도 떨어진 산중이었다. 편백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히 숲을 이룬 가운데 다비장이 놓일 장소만 정리된 상태였다. 스님의 법구가 놓일 자리엔 장작더미가 놓여있었다.

오전 11시 10분쯤 스님의 법구가 다비장에 도착하자 미리 기다리던 추모객과 법구를 따라온 신자들의 “나무아미타불” 염송 소리는 더욱 커졌다. 다비장에 도착한 스님의 법구 위엔 참나무 장작이 겹겹이 쌓였다.

어른 키높이 정도로 장작이 쌓였을 때가 오전 11시 40분쯤. 흰 국화 몇 송이가 장작더미 위로 던져졌고, 이어 상좌 스님 등이 불을 붙였다. 다비장 주변 골짜기를 가득 메운 추모객들은 일제히 “스님, 불 들어 갑니다. 어서 나오세요”라고 외쳤다. 불꽃은 이내 장작더미를 삼켰다. 신도들의 “나무아미타불” 염송은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상좌 스님들도 눈물을 훔쳤다.

5분쯤 지나 불길이 활활 피어오르자 반야심경 염송을 마지막으로 공식 다비식은 끝났다. 법정 스님의 상좌인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는 추모객들에게 “스님은 가셨지만 불길 속에서 스님의 남기신 참뜻은 연꽃처럼 피어날 것으로 믿는다”며 대중들과 함께 “화중생연(火中生蓮)”이라고 외쳤다.

스님의 다비식은 12시 10분쯤 끝났지만 많은 추모객들은 계곡에 그대로 남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송광사는 14일 오전 10시쯤 불이 꺼진 후 스님의 유골을 수습할 예정이다. 다비준비위원회 대변인 진화 스님은 브리핑을 통해 “스님의 유골은 그대로 함에 담아 상좌 스님들께 전달할 예정이며 산골(散骨)할 장소는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