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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총리 배나무밑에서 갓끈맺을까?

화이트보스 2010. 4. 6. 22:42

한명숙 전총리 배나무밑에서 갓끈맺을까?
‘줬다’, ‘안 받았다’의 진실게임을 보며
 
손병옥 칼럼니스트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직 당시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놓고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4,700만원을 구형하였다. 이 사건은 뇌물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은 있고, 받았다는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는 ‘물증 없는 뇌물사건’의 유형으로 이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9일 난다고 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유무죄는 판결이 나기까지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지금은 무죄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개운치 않다. 일단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뇌물수수죄가 있고 없고는 나중의 문제지만 지금 일부 국민들의 시선은 공직자의 양심과 직업윤리의 측면에서 그의 행동이 의혹을 받게 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 측의 주장에 의하면 한명숙 전 총리는 지난 2006년 12월 20일 삼청동 총리공관 1층 식당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과 오찬을 하고 그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들어있는 봉투 2개)를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지난달 22일 진실을 가리기 위해 사상처음으로 총리공관에서 상황재연의 현장검증까지 실시하였다.
 
또한 한 전 총리측은 곽 전 사장으로부터 1천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았다는 사실을 놓고도 검찰과 진실공방을 벌였다. 그뿐만이 아니고 2008년에서 2009년 곽 전 사장이 분양받은 제주도 ‘골프 빌리지’에서 한 전 총리가 묵었고, 곽 전 사장의 회원권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도 제기 되고 있다.
 
여기서 많은 국민들이 ‘한명숙 뇌물의혹 사건’으로 부르는 이 공방의 진실에 대해 무엇인가 감춰져 있는 것 같다는 여론이다. 그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한 전 총리의 행동이 공직자의 양심과 직업윤리의 측면에서 옳았느냐 하는 점이다.
 
지난 2006년 12월 20일 곽 전 사장이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와 만나 식사를 하였다. 국무총리가 사기업대표를 왜 불렀을까. 그리고 그 자리에 정세균 전 산업자원부장관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장관도 함께 있었고 식사를 하였다. 무엇 때문에 직무상 관련이 있는 사기업 대표가 와 있는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했을까.
 
그리고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 명의로 분양받은 골프장숙박시설을 이용하며, 그의 회원권으로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은 총리의 직분을 떠나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여론이 모아진다. 더구나 신분을 속이기 위해 본명이 아니라 가명으로 골프를 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검찰의 공소에 대해 한 전 총리측은 “본질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선 공직자의 도리에 벗어난 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고 본다.
 
또 한 전 총리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전면 거부하여 재판을 파행으로 몰고 가기도 했었다. 공소를 제기한 검사가 피고인을 상대로 질문조차 못하는 재판을 보면서 정말 떳떳하면 왜 조사에 응하지 않을까. 혐의가 없으면 재판부가 가려줄 텐데 왜 묵비권으로 검찰의 물음에도 일체 대답하지 않을까. 무엇을 염려하고 두려워서일까. 한 전 총리 스스로 해명에 자신이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이는 혐의를 우회적으로 시인하는 것으로도 된다. 이런 의혹의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우리 옛 속담에 “배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 전 총리의 일련의 행동을 보면 분명 배나무 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고,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맨 부분이 많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것을 누가 비밀리에 하지 않으리오. 한 밤중에 한 일이 아침이면 드러난다”고 하였다. 우리는 최근에도 진실과 결백을 주장하다가 결국 뇌물을 받아먹은 것으로 판명이 나서 교도소로 직행을 하는 인사들을 TV를 통해 자주 보아 왔다.
 
한 전 총리는 법원에 출두하면서, 그리고 재판정에서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검찰이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뒤 집어 씌우고, 정치권에서 말하는 보복수사를 한다는 논리는 오늘의 대한민국 시대에 맞지 않다고 본다. 얼마나 목소리가 커졌고 눈이 많은 시대인가.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찾아 공정한 재판으로 유무죄를 가려야 할 것으로 본다.
문득 몇 해 전 이해찬 전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던 일이 생각이 난다. 어제나 오늘이나 공직자들은 청렴과 결백이 요구된다. 이 기회에 모든 공직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분이고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바탕이다”라고 하였다. 그가 오늘까지 대표적 목민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청백리 가르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