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노린 바이오단지… ‘깡통단지’ 전락
전국 방방곡곡에 막대한 예산 들여 조성했는데… 수도권서 멀리 떨어져 있고 기술은 초보 수준 못벗어 안동-상주-진주 3곳에만 1447억 쏟아붓고도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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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16일 경남 진주의 진주바이오클러스터. 공장은 잘 보이지 않고 진주시가 지은 바이오21센터 4개 동만 널찍이 자리 잡았다. 바로 옆에는 생물산업전문농공단지(바이오밸리)에 들어가 있는 소규모 기업 몇 개만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었다. ○ 입주 꺼리는 기업들 2000년 이후 전국 방방곡곡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한 바이오단지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조성되고 있지만 입주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텅 빈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단지가 ‘신성장동력 산업단지’가 아닌 ‘깡통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가 바이오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조성한 단지는 전국에 약 17개. 그런데 본보가 확인한 결과 이 중 다수의 바이오단지, 특히 경북 경남 전남 등 남부지역 단지 상당수는 조성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텅 비어 있었다. 단지조성비의 경우 경북 안동의 경북 바이오단지 747억 원, 경북 상주한방단지 520억 원, 경남 진주 생물산업전문단지 180억 원 등이다. 3군데 단지 조성에만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모두 1447억 원이 투입됐다. 그렇지만 생산활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입주기업이 있는 진주 생물산업전문단지도 생산액이 미미해 지자체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생산액을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을 정도다. 진주시의 경우 10여 년 전부터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단지 조성비를 포함해 총 10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특히 2006∼2008년에 매년 110억 원가량 투자했다. 이는 시의 연간 총산업지원비 중 7%에 달한다. 그런데 입주 계획을 밝힌 회사는 20여 개에 불과하고, 이나마 연평균 매출액이 30억 원 안팎인 작은 업체들이다.
○ 실패의 이유 이처럼 남부지역 바이오단지가 찬밥신세인 이유는 전국적으로 바이오단지가 ‘공급 과잉’ 상태인 데다 남부로 갈수록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멀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성경 경북도청 경제과학진흥국장은 “경북 북부에 우수한 한약재가 많아 한방바이오, 건강식품이 산업잠재력이 있다고 봤는데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들어오겠다는 바이오기업을 찾기 힘들다”며 “추풍령 이남엔 기업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인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규모가 작다는 점. 산업연구원 정종석 연구위원은 “연매출 8000억 원 정도(2009년 기준)인 동아제약이 국내 제약사 중에선 가장 큰 규모”라며 “국내 제약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회사에 추가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방 바이오단지 주변에 산학연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 기술 수준은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 기술적 역량은 더욱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와 지자체가 함께 세운 ‘지역바이오특화센터’의 경우 전국 19개 센터 중 상당수에는 건강식품, 화장품, 미생물 농약 제조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홍삼 진액, 청국장을 이용해 건강식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흔하고 김치나 장류, 절임류, 주류를 만드는 가공식품협회, 복분자주를 만드는 전통주 제조사가 입주한 센터도 적지 않다. 지방의 바이오 수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품 - 농업 등 특화 시켜야 살아남아” ○ 지자체들 의욕만 앞세워 그럼에도 각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바이오단지를 대거 조성할 수 있는 이유는 일반산업단지나 농공단지의 지정, 조성, 관리 권한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 관련 주무부서인 지경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방의 일반산업단지까지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바이오산업단지 조성이 인기영합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신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산업본부장은 “지자체가 명확한 수요 예측 없이 무작정 단지를 만들어 실패한 사례가 많다”며 “지자체들이 너무 의욕만 앞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조성이 완료된 바이오단지뿐만 아니라 현재 조성이 진행 중인 일부 바이오단지도 ‘실패의 전철’을 밟기 쉽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종석 연구위원은 “좋은 산업단지의 요건은 우수 연구인력 유치 가능성, 연구개발기관과 산업체의 집적도”라며 “지자체가 의욕을 보이고 있어도 이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조성이 진행 중인 충북 옥천의 옥천의료기기·전자농공단지나 전남 장성의 장성나노기술단지 등에 대해서도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 연구위원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바이오단지가 여러 곳 있다”며 “식품, 농업 등 지역 역량에 맞는 산업을 찾아 특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진주·장성=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성공한 바이오단지 강원 원주 - 충북 오창 산-학-연 ‘찰떡 궁합’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바이오 산업단지 가운데 ‘부실 단지’도 있지만 상당한 결실을 보고 있는 곳도 있다. 강원 원주시의 의료기기산업단지, 충북 청원군에 있는 오창과학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원주 의료기기산업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의료기기 제조사 106개가 들어서 연간 341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는 산학연 간 협조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원주는 1997년부터 의료기기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1997년 산업자원부가 전국 테크노파크 사업 계획을 발표할 당시 원주 의료기기산업을 탈락시킨 게 역설적으로 발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원주는 포기하지 않고 강원도,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와 함께 자체적으로 의료기기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는 의료기기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단지 내 업체에 기술을 전수하는 등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상지대, 한라대, 강원대 등 인근 대학도 한방의료공학과, 의료기계공학전공 등 의료기기산업과 관련된 전공을 신설해 산업단지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공급했다.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는 중부 권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첨단산업 육성 단지다. 130여 개 업체가 입주해 7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오창과학산업단지의 경쟁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위해성평가센터 등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고 충북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20여 개 인접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지원해 준다는 점 등이 꼽힌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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