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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천안함 메시지, 청와대가 잘못 읽었나

화이트보스 2010. 5. 6. 11:22

후진타오 천안함 메시지, 청와대가 잘못 읽었나 [중앙일보]

2010.05.06 03:00 입력 / 2010.05.06 04:43 수정

복기해 본 MB 4월 30일 방중 외교

김정일 중국 방문

“경제무대가 아닌 안보무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진짜 외교실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대통령의 중국 상하이 방문(4월 30일~5월 1일) 이후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상하이에 도착했다. 그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한 화두는 2008년 5월 체결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였다. 정치·안보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진정한 동반자라는 의미로, 우리로선 미국과 맺은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 다음으로 중요한 관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임박 기류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방중 징후와 관련해 정상회담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 측의 우려를 전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 참았다”며 “민감한 문제를 꺼내기보다는 나중에 한국 정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알려져 중국 정부가 한국에 ‘마음의 빚’을 느끼게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결국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담에서 천안함 문제가 무게감 있게 다뤄지지 않은 건 이 때문이라고 한다.

회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천안함 침몰사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을 표한다”는 후 주석의 발언이었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회담 첫머리에서 한 말이다. 사실 이 발언은 양국 정부 간 협상의 산물이었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공개적인 입장표명에 미온적인 중국을 상대로 우리 정부는 줄기차게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회담 하루 전날에야 "후 주석이 공개 발언을 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가 통보해 왔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이 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는 “후 주석의 공개발언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 측의 깊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공식 논평했다. 서울의 당국자들은 “향후 침몰원인 규명 이후의 국면을 위한 긍정적 사인”이라는 등 긍정 일색의 평가들을 내놓았다.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양국이 전략적 관계에 있는 만큼 중국의 협조를 기대한다”는 준비된 발언을 꺼냈다. 이에 후 주석은 “한국의 과학적·객관적 조사를 평가한다”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전략적 관계’를 강조했지만, 후 주석의 답변은 외교적 발언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은 “후 주석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협력할 뜻을 피력했다. 양국 협조의 첫 출발”이라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징후를 포착한 정부가 방중 날짜를 파악한 때는 이 대통령의 상하이 방문 이틀째인 5월 1일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채널을 통해 ‘5월 2일 또는 3일께 방중’이란 정보가 입수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한·중 정상회담 직후에 김정일의 방중을 허용하는 거냐.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외교전을 펴서 중국의 생각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3일 김 위원장의 방중이 확인된 다음 통일부 장관과 외교통상부 1차관이 주한 중국 대사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청와대와 정부엔 두 가지 기류가 존재한다. “괘씸한 중국 정부에 경고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쪽과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 이후의 국면관리를 위해 중국을 다독여야 한다”는 쪽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한 게 강경론을 대변한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 다수다. 상하이에서 이 대통령은 “나는 후 주석과 6번 정상회담을 했고, 14번 만났다”고 하는 등 한·중 관계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런 이 대통령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서승욱·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