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열수 국방대 교수
손자는 전쟁 없이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적이 전쟁하려는 의도를 분쇄하는 것(上兵伐謨)'이고, 그 아래가 '적의 동맹관계를 끊어 고립시키는 일(其次伐交)'이며, 다시 그다음이 '적의 군사를 정벌하는 일(其次伐兵)'이요, 최하의 방책은 '적의 성을 공격하는 일(其下攻城)'이라고 했다.
앞의 두 가지 방책은 외교이고, 뒤의 두 가지 방책은 기동전과 진지전이라는 군사조치다. 만약 지금 우리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응징으로 대북(對北) 군사 제재에 나선다면 그것은 손자가 말한 최하책(最下策)과 차하책(次下策)이 되는 셈이다.
국가적 결단이 내려질 경우 최하책이라 하더라도 군사 대응을 할 수 있다. 수많은 북한의 도발을 당해 본 한국인들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장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주변국가들도 모두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물증을 확보할 때까지 군사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최상책(最上策)과 차상책(次上策)을 연구하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전쟁이나 도발을 하려는 의도·의지를 원천분쇄하는 것이 최상책이지만 아직 우리의 국력만으로는 거기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분열상도 북한의 도발 의지를 돕고 있다. 한반도 주변 정세도 우리가 최상책을 펴는 데 유리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책은 '적의 동맹관계를 끊어 고립시키는' 차상책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러 수교와 한·중 수교로 우리와 북한의 국력 격차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졌다.
특히 1995년 러시아는 '러·북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발표했다. 이로써 양국 간의 동맹관계는 종지부를 찍었고, 한국은 러시아를 북한으로부터 군사적으로 떼어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중국과는 우리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으나, 중국·북한 간의 혈맹(血盟) 관계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이 계속 도발할 수 있는 근원(根源)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와중에 중국이 김정일의 방문을 받아들인 것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자기 필요에 따라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넘겨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는 한반도 통일은 고사하고 북한의 대남 도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중국을 향해 북한의 핵개발과 대남 도발이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북한 정권의 주민 억압과 3대 세습이 중국의 명예와 위상을 손상시킬 것이란 점,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결코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되풀이 설득해야 한다. 한·중 FTA를 조기에 체결함으로써 경제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 늘려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중국이 북한 체제로부터 돌아서게 된다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최상책도 달성되고, 결국엔 전쟁을 하지 않고도 분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