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근거를 통해 집값이 폭락한다는 답을 내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집값폭락설은 ‘기우’다.
사실 부동산 폭락설은 IMF 외환위기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입은 올 초에도 등장했다. 하지만 모두 들어맞지 않았다. 근거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
첫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다고 해서 집값이 반드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역에 따라 수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지난해 신주택보급률을 보면 서울의 경우 오히려 2008년보다 0.5%포인트 떨어진 93.1%를 기록했다. 부산(99.7%), 대전(97.6%), 경기(96.5%), 제주(96%) 등도 모두 100%에 못 미쳤다. 또한 자가보유율도 여전히 낮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 자기 집에 사는 가구 비율은 2004년 63.4%에서 2007년 55.1%로 줄었다. 아직까지 절반가량의 가구가 내집마련을 못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요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전체적인 수급 차원에서도 여전히 주택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주택공급은 1999~2008년 동안 연평균 49만4400가구, 수도권은 25만3218가구였다. 그런데 점차 공급이 줄고 있다. 올해 주택 공급물량은 40여만가구로 지난해 38만2000가구에 비해서는 1만8000가구 늘었지만 당초 계획보다는 3만가구 줄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8만가구를 넘는 데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민간 주택 공급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국토부가 목표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민간주택 시장 위축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수급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물론 미분양물량이 11만가구를 넘어 여유분이 많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인기지역에 국한되는 얘기다. 서울 재개발로 멸실가구가 늘고 있고 강남권 등 핵심지역 공급이 줄어 당분간 수급 불균형은 지속될 우려가 높다.
둘째 인구 변수를 봐도 저출산 현상 때문에 2018년 인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서울은 지난 10년간 인구가 정체돼 있음에도 집값은 급등했다. 저금리와 공급 부족, 소득 증가가 주요인이었다. 또 1인 가구 수요가 풍부해 앞으로도 소형주택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인구 감소에도 1~2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는 2030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주택수요가 감소하더라도 경기 순환상 상승과 하강 국면, 지역별 수급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 집값은 주요국 집값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중국, 호주, 영국 등에서는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70대 도시의 주택 매매가격은 올 3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1.7%나 뛰었다. 영국도 올 2월 주택 평균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2% 증가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예상외로 빠른 경기회복이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결국 경제 회복 모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넷째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점도 변수다. 한 예로 토지보상금이 대거 주택시장으로 흘러들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총 40조원에 달한다. 참여정부 시절 최대였던 2006년 30조원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한국은행도 보고서를 통해 “보금자리주택, 위례신도시, 4대강 정비사업 등과 관련한 토지보상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고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기대가 확산되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출구전략이 추진돼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논리도 맞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대한 금리 인상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란 입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나올 것이란 점도 부동산 급락 사태를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분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버블붕괴나 대폭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목동 구시가지 유망, 경기 양주·인천 청라지구 불안 부동산 폭락 사태가 나타나긴 어렵지만 당분간 집값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지역별로 볼 때 집값은 언제쯤 회복할 수 있을까. 매경이코노미는 전문가들에게 유망지역과 회복시기, 투자적기에 대한 해답을 구했다. 설문 결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고 올 3~4분기가 투자적기라고 판단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 3구 재건축의 경우 연말에 투자해도 괜찮지만 강남권을 제외한 버블세븐 지역(목동·분당·용인·평촌)과 2기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내년 2분기로 투자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는 견해다. 김일수 씨티은행 PB팀장은 “거시경제 변수가 당분간 호조를 보이고 있어 내년 중반 이후 부동산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감안할 때 올 3분기부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유망단지로는 압구정 현대, 한양아파트와 목동 구시가지, 여의도 삼부, 시범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등이 꼽혔다. 강북권에서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마포 한강변 소형빌라 등이 주목을 받았다. 유망지역을 꼽은 근거로는 잠재수요가 실질공급보다 많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데다 주거환경에 적합한 곳이라는 점이 꼽힌다.
반면 투자 유의지역으로는 강동구 둔촌지역과 용인 일대, 동탄신도시, 양주, 청라지구 등이 꼽혔다. 서울 도심에서 벗어난 데다 입지 대비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송도 100㎡(30평)대 아파트는 괜찮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은 청라, 영종지구 중대형 평형은 투자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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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거품붕괴 올까
대출규제 강해 가능성 낮아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호 ‘아시아 이코노믹 위클리’를 통해 한국의 통화정책 환경이 경제환경과 정책의제, 중앙은행의 의사결정 등에서 80년대 후반 거품형성기와 매우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여년 전 일본과 현재의 한국은 외부충격 이후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안정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저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과다한 상태다.
일본은 ‘거품경제’ 시기를 크게 3번에 걸쳐 겪었다. 60년대 이케다 수상의 소득배증계획과 70년대 다나카 수상의 일본열도개조론이 초래한 거품경제와 거품 붕괴는 경제상승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부동산시장의 거품과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지가 폭락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의 암흑기를 불러왔다.
일본은 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급격한 엔화절상(엔화가치 상승)을 겪게 되자 일본은행이 86~87년 재할인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했다.
일본은 86~88년 엔화 강세와 유가 안정으로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0.5% 상승에 그치면서 금리인상 명분이 부각되자 저금리를 한동안 방치했다. 한국도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각종 공공요금 동결 조치로 소비자물가가 2% 초반대를 유지하면서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졌다. 결국 80년대 후반 일본과 현재의 한국은 저금리를 배경으로 통화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과잉유동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울 및 지방의 일부 지역에서 촉발된 국지적 주택, 토지 가격 폭등이 일본에서 시작된 거품 팽창기와 유사하다. 지속적인 저금리 상태와 택지보상 등으로 인한 과도한 시중 유동성 등 요인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득수준에 비해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할 때 여전히 다른 점은 많다. 한국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주택 가격의 100%까지 대출을 해줬지만 한국은 LTV를 50% 선으로 낮춰 거품을 어느 정도 뺀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또 한국의 은행과 기업들이 외환위기 등을 계기로 엄격한 구조조정을 거친 것도 당시 일본과는 다른 점이다.
일본은 시장이 과열되자 뒤늦게 급격히 금리를 인상했다. 이로써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대폭락하고 경제까지 쇠퇴하는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80년대 후반의 일본과 97년 외환위기, 금융위기 직전 미국 주택 거품 붕괴사태 등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또한 80년대 후반 일본은 은행과 기업들이 상호출자지분의 70%를 공동 소유하는 것을 허용했고, 89년에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50%까지 팽창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기업 상호출자를 엄격히 제한해왔고, 증시 시총도 GDP의 90%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이 일본식 거품의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저금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경우 ‘한국형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금리와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늘면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시점에 큰 폭의 경기 후퇴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부동산 가격 거품 붕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며 “집값 폭락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완연한 하락세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6호(10.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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