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자주 국방

잠수함으로 잠수함 잡자

화이트보스 2010. 5. 26. 09:21

잠수함으로 잠수함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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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25 23:29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냉전이 사실상 종식됐던 1992년 2월 11일 미국로스앤젤레스급(級) 공격용 핵(원자력추진) 잠수함인 '바톤 루지'(SSN-698)가 러시아 북해함대 기지가 있는 무르만스크 인근에서 러시아의 신형 공격용 시에라급 핵잠수함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바톤 루지는 러시아 신형 핵잠수함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은밀히 러시아 영해인 12마일 인근까지 접근했다가 러 잠수함과 충돌해 들통이 난 것이었다. 바톤 루지는 인명피해 없이 손상만 입었지만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비난성명을 발표하는 등 외교적 파문이 일었다. 미국 핵잠수함들은 구소련의 잠수함기지나 훈련 중인 소련 핵잠수함 가까이 접근했다가 충돌하는 사고도 종종 빚었다. 구소련의 핵잠수함들도 마찬가지로 미 핵잠수함들 가까이 접근했다가 충돌 사고를 빚기도 했다.

왜 두 초(超)강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벌였던 것일까? 지문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잠수함의 경우 같은 급(級)의 함정이라도 스크루 소리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음성 지문, 즉 음문(音紋)이 잠수함마다 다른 것이다. 이 소리를 평상시에 파악해 둬야만 전쟁 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적 잠수함인지 확인해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또 잠수함이 일단 기지를 떠나면 추적이 힘들고 해저지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적 잠수함 기지 인근까지 침투해 감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우리 해군에게도 그대로 해당한다. 북한이 총 70여척의 잠수함(정)을 갖고 있는데 이들 잠수함(정)들의 소리 정보를 갖고 있고, 북한 동·서해 잠수함 기지를 떠나는 북한 잠수함(정) 움직임과 기지 인근의 해저지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유사시 우리 잠수함들이 효과적인 공격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는 미국 같은 맹방도 우리에게 잘 주지 않으려고 하는 고급 기밀정보다. 결국 우리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수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안전문제 등을 우려한 군 최고 수뇌부가 이런 작전에 대해 '오케이(OK)' 사인을 해주지 않아 이런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고 군 소식통들은 전한다. 우리 해군의 209급이나 214급 잠수함들은 북한 잠수함(정)보다 소리가 작아 탐지되기 어렵고 북한의 대(對)잠수함 작전능력은 우리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보수집 및 감시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함정들의 소나(음향탐지장비)는 구형이 많고 우리 해군의 P-3C 같은 해상초계기나 링스 같은 대잠헬기 전력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이 현재 3척을 보유 중인 최신예 214급 잠수함은 2주가량 바다 위로 떠오르지 않고도 수중에서 계속 작전을 펼칠 수 있다. 때문에 천안함 폭침 사건을 통해 북한 잠수함(정)들이 우리에게 비대칭 위협으로 부각됐듯이 우리의 잠수함들도 북한 해군에게 비대칭 위협이 될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적 잠수함을 잡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잠수함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잠수함(정) 침투 및 공격 위협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우수한 잠수함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해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의 관심과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