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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은행 대형화 절실"

화이트보스 2010. 5. 31. 14:07

어윤대 "은행 대형화 절실"(종합)

인터뷰=강효상 편집국 부국장 겸 조선경제i 취재본부장 hska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송의달 산업부 차장대우 edso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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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지난 2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닷컴 출범인터뷰에서 한국기업과 국가브랜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 은행 등 금융업의 국제 경쟁력과 관련, “원전을 수주할 때 자산 규모로 세계 50위가 되는 은행의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가장 큰 곳이 80위 수준이어서 보증도 해줄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도 세계 50위 정도 규모의 은행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금융과 하나금융그룹을 합쳐도 세계 50위가 되지 않는다”며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키우려면 은행 대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어 위원장은 국내 금융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외국계 은행을 사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다”며 “그것은 국내 법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인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 출범을 기념해 지난 27일 낮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남유럽발 경제 위기는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국가 재정수지를 낙관해서는 안되며 지금부터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월 대통령직속기구로 첫 출범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어윤대 위원장은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국제금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고려대 총장과 금융통화위원, 한국경영학회·한국금융학회·한국국제경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이다.  -우리나라의 금융 시스템의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의 금융회사들은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모두 망했을 것이다. 옛날 은행이 남아 있는 데가 어디있나? 한일, 조흥, 상업, 서울은행 다 없어졌다. 아직 금융업계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능력에서 보면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비록 고객 서비스가 친절해지고 예금의 종류나 소비자 중심 상품 등이 많이 나왔지만 금융의 기술, 기법 이런 측면에서 떨어진 게 많고 규모 측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

-어느 정도로 경쟁력이 떨어지나?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준은 B+ 수준이다. A나 A+가 돼야 글로벌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기업이 바레인 등에 가서 공사할 때 보험을 드는데 우리나라 은행 신용도가 없어 외국계 은행이 중복으로 보증을 섰다. 똑같은 현상이 지난해 말 원전 수주를 한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에서 되풀이됐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늘 뒤 따라가고 있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HSBC(홍콩상하이은행)나 씨티은행이 돈을 버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등의 국제 네트워크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현지 공장을 지을 때 무역금융 보증을 서 주고 외환관리, 현금 관리 등을 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은행은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예 플레이를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 얼마나 많나. 그런 경영을 할 수 있어야 서비스 섹터가 커지고 금융이 진다.”

-은행도 해외에 나가야 하나?
“나가야 하는데 우선 규모가 적다. 특수 분야의 금융기술이 부족하다. 우리나라가 최근 파생 상품을 팔았는데 무슨 상품인지도 모르고 팔았다. 사는 사람도 모르고 샀다. 그런 측면에서 뒤져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 업무를 할 때 의사 전달을 정확히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진다. 프랑스와 일본, 독일 등은 제조업 등은 매우 발달해있으면서도 국제 금융이 부진한데 이유는 규제와 커뮤니케이션 탓이 크다. 홍콩 싱가포르는 어떻게 금융중심이 됐나? 구체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영어에서 승부가 갈렸다.”

-우리나라 IB(투자은행)가 한국에서 육성되고 커져야 하는 시기라는 얘기가 있다.
“커질 거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은 58세에 퇴직해 90살까지 사는데 2% 주는 저축에만 연연할 수 없다. 연금을 위한 여러 형태의 금융 상품이 필요하다. 한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져 자본이 많아진 국가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이 해외 나갈 때 요즘은 정보가 금융기관을 통해서 온다. 금융 기관의 정보 수집 능력은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종합상사가 그 역할을 맡았는데, 지금 미국·영국 등은 다 금융기관 통해서 한다. 한국엔 그게 없다. 이걸 IB가 보충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 규모가 작다. 어느 정도 대형화해야 하는가?
“스위스만 해도 3대 대형은행이 금융을 장악하고 있다. 브라질 인도 등 모두 대형은행들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해외에서 원전 수주할 때 자산 규모로 세계 50위 정도는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일 큰 곳이 80위 수준이다. 국민, 우리, 하나은행 순인데 하나와 우리은행을 합쳐도 50위가 안 된다.”

-우리 금융계가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는 평가가 있다.
“아직 금융 기술이나 규모 측면에서 많이 떨어져 국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국제 경쟁력 있는 금융업체가 생겨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투자를 못 하니까 제일 바람직한 방법은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이 외국계 은행을 하나 사 주는 것이다.”

-잘 되면 좋지만 잘못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기업 경영자가 위험(risk)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험을 안아야 하지 않나. 이와 관련해 대기업들은 자신이 강점이 있는 확실한 시장을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조그만 증권 회사를 사 최근 2년 만에 5배나 커졌는데, 이 회사의 성장 비결은 현대자동차 고객과 종업원들이 이용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정)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확실한 사업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쏟으면 큰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다.”

-유럽발 위기가 장기화될 것인가?
“이런 상황을 알게 된 국제 투자자들은 각국의 유동성 위험보다는 국가의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채무를 더 보게 된다. 그래서 남유럽발 위기는 오래갈 것이다. 이것이 이전의 동남아나 러시아와 같은 위기로 커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리스크가 큰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국가 재정수지에 문제가 생겨서 또 다른 위기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우리가 국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 수준이라고 해서 안심하거나 낙관해서는 안된다. 노령화가 급진전되면서 복지비 부담이 늘어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노령화 문제는 20년 전 일본 상황과 같은데, 준비 안 하면 달라질 수가 없다. 현재의 우리 재정상태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4~5년 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법은?
“당장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낼 수도 없고, 아니면 복지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한다. 결정은 정책자들의 선택 여부에 달렸다. 이때 선택을 잘 하냐 못하냐 여부는 정책자들의 경험과 지식 여부에 달린 것이다. 좋은 리더가 한국에 계속 나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세계적 무역불균형 현상)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해결책이 없다. 해결은 환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중국은 위안화의 달러 페그(peg·화폐 교환비율 고정)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중국 정부 관리들이 얘기하는 대로 외부 압력에 의한 환율 조정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나니까 순차적으로 위안화를 평가 절상 시키려고 했는데 유럽 사태가 생겨서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위안화가 유로화에 대해서는 평가 절상됐다. 이 때문에 위안화 절상 필요성과 외부 압력이 많이 줄었다. 위안화 가치는 앞으로 1~2년 내에 조금 상승하겠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임밸런스는 계속될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대통령직속기구로 격상된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브랜드위원회는 2년 전 8·15 때 대통령이 경축사를 하며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 4월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맥킨지 쿼털리’가 한국 경제가 국민소득 3~4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글을 썼는데 하나는 서비스 부문이 커져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같은 아파트라도 GS, 삼성, 현대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듯이 경영학 가치 사슬에서 제일 부가가치가 높은게 브랜드다. 똑같은 넥타이도 동대문 시장에서 사면 1만 5000원이지만 프랑스 브랜드가 되면 150달러 짜리가 된다.”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한 국가의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외국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 대해 갖는 이미지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질 수가 없다. 우리 삼성이나 LG,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한국 이미지는 잘 연결되지 않는데 이를 연결시키면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다.”

-하지만 일부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은 스스로 한국 회사인 것을 숨기고 있는데.
“삼성이나 LG가 한국 제품이라고 자동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괜찮지만 의도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한국 회사임을 알리라고 떠들거나 강제로 연계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꼭 한국 기업이라고 밝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들 기업이 더 크고 더 잘되면 한국 기업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밝히고 자랑할 때가 올 것으로 본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더 아름답고 훌륭하고 인재가 많은 멋진 나라라는 국가 홍보를 해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의 갭(gap)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한국제품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떤가?
“코트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의 같은 제품보다 32% 정도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고 있는데,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일을 열심히 해 이를 5% 낮춰 27%로만 해도 국내 1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같은 효과를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측정하나?
“외국인에게 똑같은 물건을 준 뒤 한국 것과 독일 것이라고 얘기한 다음 한국 거라면 얼마에 살 건지 물어본다. 원래 10달러짜리인데 7달러에 사겠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로 삼성이나 LG가 발전하면 앞으로 10년 내에는 고가품이 될 것이다.”

-요즘 세계 유명 브랜드들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데.
“브랜드를 쌓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깨지는 것은 순식간에 하나의 사건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도요타 사건이다. 아직도 경영학에서 도요타의 완벽한 품질 통제 시스템이나 재고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을 가르친다. 하지만 결국 질적 결함에 의해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남의 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브랜드 이미지는 쉽게 없어질 수 있고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태 이후 외국인들이 불안해 하면서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요동치는데.
“국가브랜드 가치도 지난 1년 동안 노력했던 게 한꺼번에 뚝 떨어졌다.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지난 3일 동안 올라갔는데 이는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현상은 꽤 오래 갈 것 같다. 왜냐하면 북한이 취하고 있는 태도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방화, 서구화된 중국이 중립적으로 나온다면 북한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개성공단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당분간 문 닫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업체가) 계속 공단을 가동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나. 혹시 상황이 더 나빠져서 체류 인원이 인질로 잡히면 어쩌겠나. 리스크 있을 때 빨리 철수하는 게 상책이다. 우리나라는 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해 정부가 보험으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철수하더라도) 개성 입주 기업의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야 정치 난립상이나 강경 노조 등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 외국 반응은 요즘 어떤가?
“외국에서 정치적 위험보다 더 걱정하는 것이 노사 문제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처럼 생산 현장에서 노사 대타협이 이루어지면서 위험이 줄고 있다. 요즘 투자가들은 국가재정 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한국의 재정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을 건전한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올 11월 G20 정상회의 때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갖고 있는 계획은?
“브랜드 이미지는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때 그 나라에 대해 들으며 좋거나 나쁜 쪽으로 형성된다. 상당수 외국의 초중교 교과서는 한국에 대해 한국 전쟁이나 일본의 식민지 등을 부각해 한국을 못 살고 전쟁이 있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18개국의 교과서에서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해 틀린 내용을 바로잡아 현지 말로 방한한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갖다 줄거다. 그러면서 고쳐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외국의 웹사이트나 블로그·유트브 등에 한국 관련 잘못된 정보나 수치 등을 수정하는 활동을 적극 펼치겠다. 특히 한국에 온 유학생들을 한국을 알리는 블로거로 활용하겠다.”

-고려대 총장 시절 고려대를 혁명적으로 바꿨는데.
“고려대에서 성공했던 점은,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고대를 변화시킨 것이다. LG나 삼성도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공략한 것이 아니라 소니를 이기고 GE를 이기다 하다보니 세계를 이기게 됐다. 고려대는 가깝게 베이징대, 도쿄대를 이기고 옥스퍼드대, 하버드대를 이겨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설과 교수진 등을 체계적으로 바꿔 나갔다. 이것은 모두 교직원이 함께 도와서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변화가 대학뿐 아니라 정치 분야 등 많은 부분에서 필요하다.”

-무엇부터 변해야 할까.
“총장할 때 항상 ‘조국을 버리라’고 말해왔다. 조국을 버려야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고, 그곳에서 필요한 지식과 생각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고 변화가 한국에는 그동안 없었다. 변화 추구하는 일을 나는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 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지금 굉장히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