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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1000원 '무한의료 복지'의 함정

화이트보스 2010. 6. 9. 13:05

1만1000원 '무한의료 복지'의 함정

  • 이동훈 의사·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입력 : 2010.06.08 23:02

8일자 A16면 '꿈같은 복지 내미는 진보진영' 기사를 보면, 최근 무상급식에 이어 '무한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어 우려가 앞선다. 무상급식도 엄밀히 말하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급식인 셈이다. 그와 더불어 보험료 1만1000원 추가로 무한의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꿈같은' 주장을 사회 지도층이 한다는 것은 허무맹랑하다 못해 무책임한 일이라 하겠다.

국내 의료수준은 선진국에 비견될 만큼 발전했지만 의료수가는 매우 낮은 편으로, 미국의 5%, 인도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한 예로 위내시경의 경우 한국은 4만원 정도이나 인도는 15만원, 미국은 100만원에 이른다. 작년 우리나라의 월 가계지출 278만원 중 병의원 비용은 6만3000원 정도로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병의원의 문턱이 낮아 누구나 쉽게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병의원 비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 탓이다.

의료비용이 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정한 의료재정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의료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최근 산부인과, 흉부외과와 같은 특정과의 시스템이 휘청거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억대 연봉을 제시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를 초빙하려고 했지만 의사만 확보한다고 해당 과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호사, 병실 등의 수반 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일정 규모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해당 지역은 산부인과 의사 초빙을 포기하고 의료원에 산부인과 개설 투자를 했는데, 그 투자금액만 16억원에 달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이상의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무한의료를 주장하면서 12조원의 추가재정이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전제조건은 현행 낮은 수가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낮은 수가는 의료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고 그 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추가로 필요한 재정은 12조원이 아니라 120조원일 것이다. 그것은 건강보험료가 1인당 1만1000원이 추가되는 게 아니라 11만원씩 추가된다는 것을 뜻한다. 왜 우리가 감언이설이나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