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發쓰나미
김 지사는 1988년 민중당 후보로 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것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3차례, 도지사 선거 2차례를 이곳에서 떨어졌고, 남해군수에 2차례 당선된 사람이다. 사람을 좋아해 신혼방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김치 한 통이 하룻밤 새 바닥나곤 했다고 부인 채정자 씨는 회고한다. 경제위기를 극복한 듯한 경제지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같은 이 후보 쪽의 거대담론은 힘을 못 썼다. 반면에 김 지사의 현장 얘기는 이장협의회를 비롯해 그가 40년 가까이 현지에서 살면서 만나고 부딪혀온 도민들 속을 파고들었다. ‘경상도는 한나라당’이라는 선거공식은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군)에서조차, 친박계 의원들까지 가세해 뛰었는데도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일부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패한 판이다. 충남에서는 인기 1위였던 이완구 전 지사를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우고 중앙의 경제, 금융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박해춘 후보가 여당 공천을 받았지만 2등도 아닌 3등에 그쳤다. 내가 아프고 힘들 때 곁에 없었던 정치인들에게 표를 줄 수 없다는 유권자의식이 거대한 쓰나미처럼 정치판을 밑바닥부터 휩쓸었던 것이다. 이는 새삼스러운 현상도 아니다. 2002년 대선 때 유권자들은 이미 똑똑하고 잘난 이회창 대신 만만하고 편하고 친숙한 듯한 노무현을 택했다. 힘세고 잘나가는 사람을 존경하던 시대에서 소통하고 함께 뒹굴어줄 사람을 선호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박사와 율사로 가득 찬 한나라당은 이런 변화에 대한 감지도 대응도 늦어 선거에서 패배했다. 지금 진행 중인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도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켜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제대로 된 집권여당을 만들겠다는 비전과 방법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누구를 지키기 위해’, 혹은 ‘누구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는 후보들이고, ‘당신네 아빠 잘하라고 해라’ ‘당신네 엄마부터 똑바로 하라 해라’는 식의 계파 싸움만 요란하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요즘 하루 15시간을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욕먹는 일’을 일과로 삼고 있다. 한 광역단체장은 얼마 전 선거 때 유세일정 때문에 들르지 못했던 한센인 마을을 찾아 1박을 하며 주민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지방행정과 달리 국가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까지 지역에 달라붙는 게 바람직한 것이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한국의 정치시계는 권력 혹은 미래권력이 내리꽂는 하향식 정치가 아니라 주권자들 가까이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상향식 정치’ ‘수용(受容)의 정치’가 생명력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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