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중순 수원지방법원 경매법정이 술렁였다. 이날 입찰이 진행된 감정가 2억7000만원짜리 용인 소재 아파트가 무려 28억2390만원에 낙찰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용인 지역 아파트가 지난해와 달리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감정가를 살짝 넘겨 낙찰되는 물건들이 있긴 했지만 무려 10배가 넘게 낙찰됐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이었다.
올해 3월에는 인천에 위치한 한 다세대 주택(감정가 1억8000만원)이 강남 지역 왠만한 아파트 가격인 12억73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분당과 더불어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버블세븐 중의 하나인 용인과 ‘온 동네가 공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개발호재가 많은 인천이라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7~10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 이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된 것일까? 낙찰 당시 용인 아파트와 인천 다세대의 최저가는 각각 2억7000만원과 1억2600만원이었다. 두 물건의 낙찰자는 모두 최저가를 조금 넘긴 2억8239만원과 1억2730만원으로 입찰가를 쓴다는 것을 실수로 0을 하나 더 집어넣어 28억2390만원, 12억7300만원에 입찰표를 작성한 것이다.
낙찰자가 실수라고 인정하지 않아도, 또한 집행관이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2위 응찰자의 입찰가가 2억8338만원, 1억5100만원이었던 점을 보면 이건 누가 봐도 실수였다. 입찰 이후 용인 아파트 낙찰자는 다행히 법원이 불허가 처분을 내려 최저가의 10%인 보증금(27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 다세대 낙찰자는 1주일 후 법원에서 매각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경매절차상 최저가 이상으로만 금액을 적어내면 유효한 입찰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꼼짝없이 2억원도 안되는 집을 12억원을 주고 소유권을 이전 받거나 보증금을 포기해야 했던 이 낙찰자는 결국 잔금을 납부하지 않아 보증금 1260만원을 날렸고, 이로 인해 재경매가 진행된 이 물건은 지난 6월 초에야 비로소 새 주인을 찾았다. 이때의 낙찰가는 1억6000만원이었다.
인도에서 발명된 숫자 0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때때로 부동산 경매 투자자들에게는 저주를 내리기도 한다. 앞서 든 사례처럼 실수로 입찰금액란에 하나 더 써서 소중한 보증금을 날리는 일들이 경매법정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해피엔딩이 되어야 할 경매투자를 ‘악몽’으로 뒤바꿔버리는 이런 ‘숫자 0의 저주’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수는 경매법정의 분위기에 휩쓸려 평정심을 잃어버릴 때 나온다. 따라서 초보자들은 미리 법정에 가서 입찰표를 받아 작성한 후 해당 입찰일에 제출하는 것이 좋다. 꼭 당일날 입찰표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입찰표는 경매가 열리는 날에 가면 누구나 무료로 구할 수 있다. 만약 사정 상 입찰표를 미리 구하지 못했다면 법정 내의 입찰기재대가 아니라 식당에서 기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법정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입찰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혼자 가기보다 경험이 있는 친구, 친지와 같이 가서 입찰표를 작성한다면 더욱 안전할 것이다.
장근석 지지옥션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