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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학 전임교원) 35% 1년에 논문 한 편 안 쓴다

화이트보스 2010. 9. 7. 11:04

교수(대학 전임교원) 35% 1년에 논문 한 편 안 쓴다

입력 : 2010.09.07 03:05

젊은층 위주 쓰는 사람만 써 정년보장 정교수, 논문 소홀
실적 없는 전임교원 중 59% "성과급제 등 전면 개혁 필요"

얼마 전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정년퇴직한 A교수는 이 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26년 동안 단 세 편의 논문을 썼다. 정년이 되기 16년 전부터는 한 편도 쓰지 않았다. 한 수강생은 "A교수는 휴강이 잦았고 술을 마신 듯 횡설수설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학교로부터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학과장까지 지낸 뒤 명예교수가 됐다.

'공부하지 않는 교수'들의 현황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학 전임(專任)교수·강사 세 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예술·체육은 68%가 논문 안 써

이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전국 209개 대학 전임교원(정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등) 6만3354명 중 학술지에 논문을 전혀 게재하지 않은 사람은 35.5%(2만2499명)에 달했다.

그중 1만9900명은 저술 실적조차 전혀 없었다. 전체 전임교원의 31.4%가 논문 한 편, 책 한 권 내지 않고 1년을 보낸 것이다. 서 의원실이 논문·저술 실적이 전혀 없는 전임교원 중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0개 주요 대학 2512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정교수가 1482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SCI(과학인용색인)급 논문이나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등재후보학술지, 해외 학술지 등을 포함하는 '전문학술지'로 따졌을 때는 한 편도 쓰지 않은 사람이 2만5627명으로 전체 대학의 40.5%였다.

대학별로 1년간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은 교원 비율은 고려대 20.2%, 서강대 28.9%, 서울대 19.9%, 성균관대 19.9%, 연세대 21.2%, 이화여대 28.8%, 한양대 24.8% 등이었다. 국공립대(29.2%)보다는 사립대(38.2%)가 더 비율이 높았다.

학문 분야별로는 예술·체육학(68.5%), 인문학(51.1%), 사회과학(39.6%), 공학(29.8%), 자연과학(26.4%), 농·수·해양학(26.0%), 의약학(18.0%)의 순으로 논문을 쓰지 않은 전임교원의 비율이 높았다.

쓰는 사람만 계속 쓴다

이번 조사는 '한국 대학들의 논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다른 조사와는 일견 맞지 않는 듯이 보인다. 문제는 '논문을 쓰는 사람만 계속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대학들은 연구실적이 없으면 신분 보장을 해주지 않는 등 전임교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는 부교수·조교수 등 일부 젊은 교수들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서울 한 사립대의 조교수 B씨는 지난달 '재임용 심사'에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 심사에서는 3년 동안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4편 이상 게재하지 못한 사람은 탈락시킨다. 저술이나 등재지가 아닌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인정하지 않고, 공저(共著)의 경우 0.5편으로 잡는다.

B씨는 지난 3년 동안 방학 중에도 매일같이 연구실에 나와 논문 작성에 매달려 7편의 논문을 썼다. 동료 조교수 중에는 한 학기에 두 편 이상 쓴 사람도 있었다. 재임용을 통과했다 해도 2년 뒤에는 다시 부교수로의 직위승진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논문을 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게 젊은 교수들의 현실이다.

정교수 되면 논문 안 써도 정년 보장

그러나 많은 대학에서 일단 정교수가 된 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테뉴어(tenure·정년보장)가 주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연구 실적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된다. 논문 한 편 쓰지 않아도 정년 때까지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조교수 C씨는 "정교수가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구는 제쳐놓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 사람도 여럿 봤다"며 "각 대학의 교수 1인당 연구실적은 죄다 젊은 교수들이 올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의 인문대 D교수는 "1980년대 급속히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서 대거 임용된 교수 중에는 혜택만 받을 뿐 교육과 연구에 불성실한 사람들도 일부 있었는데, 이들이 남긴 폐해가 아직도 대학가에 크게 남아 있다"며 "대학에서도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면적인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