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적십자회가 지난 4일 '쌀과 수해복구에 필요한 시멘트, 자동차, 굴착기 등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통지문을 대한적십자사에 보내왔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달 26일에 이어 31일 비상식량·생활용품·의약품 등 100억원 규모의 지원의사를 밝힌 것을 받아 자기들이 원하는 원조 물품의 종류를 제시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8일 동해에서 나포한 대승호 선원 7명을 7일 남쪽으로 돌려보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히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게 사살된 사건 이후 남북한의 대화와 교류는 사실상 동결(凍結)됐었다. 북한은 잇따라 덮친 수재로 인해 일종의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북한 동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대북정책의 부분적 조정을 건의받고 "우리 국민의 수준이 높고 그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므로 (대북관계의 조정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적십자사에서 (북한을)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것도 일보 전진"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6년 북한 수해 때는 쌀과 시멘트 각각 10만t, 모포 8만장, 트럭 100대, 굴착기 50대, 페이로드 60대, 철근 5000t 등 2313억원 상당을 보냈었다. 2007년엔 비슷한 품목으로 493억원 상당을 지원했었다. 이번 북한 수재 피해 규모는 그때와 엇비슷하거나 그것을 웃돈다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도발한 천안함 폭침 사건과 변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이 초래한 남북 대치 국면 속에도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천할 길을 어떻게 찾아야 되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도 그런 고민을 안고 있기에 군사목적 등으로 전용(轉用) 가능한 쌀이나 중장비, 시멘트 등을 지원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하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크게 보면 수재복구용으로 지원하는 물품들이 군사적으로 전용되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대북관계 경험에 비춰보면 '선(先)사과 후(後)지원' 정책이 그대로 실현되기보다는 '지원'과 '사과'가 동시 병행(竝行)되거나 먼저 행(行)해진 지원이 사과를 이끌어냈던 일이 더 일반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북한 동포들이 재난(災難)을 당해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맞게 되면 대북 정책은 타국(他國)과의 외교적 측면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동포 간의 문제라는 정서적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기도 한다. 북한 역시 이 대목을 뚫어보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원문제가 담고 있는 이런 복합적 측면을 고려해 북한 동포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긴급히 필요한 물품의 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란 기준을 적정(適正)하게 적용하는 지혜를 짜내기 위해 한 번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수해 지원을 다루는 남북적십자사 간 대화가 또 다른 대화의 실마리를 이끌어 낼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말이다.
[오늘의 사설]
[사설] 뇌물은 가차없이 세금 추징하는 게 옳다
[사설] 門 닫는 대학의 재학생 피해 줄여야
北 동포에게 긴급히 필요한 지원은 크게 늘리라
입력 : 2010.09.07 23:08 / 수정 : 2010.09.07 23:23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환보유액 많다고 좋은가 (0) | 2010.09.08 |
---|---|
무엇이 국민을 분노케 했나 (0) | 2010.09.08 |
김일성대 학생들이 반정부 전단 평양시내에 뿌려" (0) | 2010.09.08 |
지리산 시인 이원규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 (0) | 2010.09.08 |
은행이 결코 가르쳐주지 않는 진실! (1) 적금의 진실.. (0) | 2010.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