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대학 비전을 말한다] 차별화 나선 동서대 박동순 총장

화이트보스 2010. 9. 9. 15:31

대학 비전을 말한다] 차별화 나선 동서대 박동순 총장 [중앙일보]

2010.09.09 00:46 입력 / 2010.09.09 10:23 수정

“학과마다 특성화 교육 … 오고 싶은 대학 만들겠다”

‘너의 가슴에 세계를 담아라’. 캠퍼스 정문에 걸린 큼지막한 글씨가 인상적이다. 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인생의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라는 의미란다. 부산시 사상구 엄광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서대에는 젊음이 넘쳤다. 2학기 개강과 동시에 문을 연 지하 6층, 지상 13층짜리 글로벌빌리지에는 기숙사·수영장·헬스장·사우나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임권택 영화예술대학, 유비쿼터스 캠퍼스, 3000석 규모의 멀티미디어 도서관은 이 대학의 상징이다. 박동순(71) 총장은 7일 “첨단 교육환경과 최고의 서비스를 갖춘, 오고 싶은 대학을 만들고 있다”며 “영화·영상, 콘텐트·정보기술(IT)·디자인을 융합한 특성화 부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스마트폰에 빠졌다는 박 총장은 “젊은 대학, 젊은 학생을 책임지고 젊게 생각하며 일하니 즐겁다”고 했다.

- 세계화를 내건 것이 특이합니다.

“대학 이름인 동서(東西)는 ‘동양의 도덕과 서양의 기술을 가르친다’는 동도서기(東道西技)를 의미합니다. 열여덟 살 젊은 대학이 오래된 대학을 모방하면 발전도 없고 꼴찌 합니다. 어떤 학생이 특징도 없고 차별화되지 않은 지방대에 미래를 맡기겠습니까. 특성화와 세계화를 강조하는 이유죠.”

-‘세계화’는 다소 거창한 느낌입니다. 핵심 내용이 무엇입니까.

“1999년 총장을 맡은 이후 3G, 즉 글로벌 스탠더드·글로벌 캠퍼스·글로벌 서비스를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일본 간사이외국어대와 독일 베를린대 공대 등 7곳에서 공동 학위를 받는 프로그램입니다. 첨단 원격 화상회의를 통해 일본 리츠메이칸대와 말레이시아 멀티미디어대 학점도 딸 수 있어요. 글로벌 캠퍼스는 매년 300명의 학생이 미국·중국·일본 등 자매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어학연수를 받는 것입니다. 비용은 대학이 부담합니다. 내년에는 중국 우한(武漢)에 캠퍼스를 열어 애니메이션·게임 등 디지털콘텐트와 IT 학과에서 200명의 현지 학생을 뽑을 예정입니다. 건물도 지었어요. 14년째 여름방학에 인도네시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글로벌 서비스의 일환입니다. 2006년에는 세계 12개국 21개 대학총장이 동서대에서 세계총장회의를 했습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실제가 그렇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속이 꽉 찬 교육을 시킵니다. 신입생 전원은 입학과 동시에 영어시험을 치고, 졸업 때까지 성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아요. 또 매년 상위 10% 학생을 선발해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Honor Society Program)에 투입합니다. 대학원식 팀 프로젝트 방식 수업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주죠. 그런 학생을 한 학기 외국에 보내고 강도 높게 공부를 시킵니다. 모든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지도교수가 정해져 인성·적성교육과 진로 지도를 받습니다. 교수들은 의무적으로 매주 학생과 상담을 하고, 결석을 두 번 하면 학부모에게도 통보합니다. 뽑기 경쟁이 아니라 가르치기 경쟁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신입생 모집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실 대학 30곳의 명단이 발표되는 등 지방대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부산에만 대학이 14개 있는데 경쟁은 당연하지요. 일등이 아니라 일류 인재, 각 분야에서 필요한, 유일한 인재(The only one) 양성 대학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 대학에선 뭔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자는 뜻입니다. 취업률은 부산 지역 최상위권이고 교육환경도 첨단화해 문제가 없어요.”

-교육환경이 남다르다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캠퍼스에 1기가(G) 정보통신망을 깔았어요.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컴퓨터로 언제라도 국내외 강의를 볼 수 있고, 교수와 대화도 합니다. 최첨단 영상 시스템을 갖춘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디지털 자료와 CD로 공부하고, 직접 편집도 가능합니다. 재학생 3분의 1이 들어갈 수 있는 열람실은 자리를 컴퓨터로 예약해야 합니다. 동서미디어센터에서는 영화 두 편을 만들었고, 국내 대학 최초의 3D 체험관에선 학생들이 3차원 영상을 체험하고 제작도 합니다. 2000명 수용 규모의 스포츠센터와 북카페·엔터테인먼트시설을 갖춘 스튜던트 플라자, 온천수가 나오는 기숙사도 손색없어요. 10년간 2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차별화된 전공으로 승부한다는데 어떤 게 있습니까.

“(힘을 주며) 우린 백화점식 운영은 안 합니다. 법학과·국문과·사회학과·심리학과 같은 전공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현장 실무형과 시장 맞춤형 교육을 합니다. 예컨대 경영학부는 경영정보학·금융선물보험학·마케팅학·회계학 전공을, 외국어계열은 영어·일본어·중국어로 특화했어요. 레포츠과학부·디지털콘텐츠학부·디자인학부·임권택 영화예술대학도 성과가 좋습니다. 특히 2008~2009년 미국 산업디자인협회가 주최한 국제디자인 공모전에서는 우리 디자인학부 학생이 1, 2등을 휩쓸었어요. 영화·영상, 콘텐트·IT·디자인을 융합한 특성화는 영화도시 부산의 장점을 살린 것입니다.”

-임권택 예술대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동서대는 한국영화아카데미 등과 공동으로 차세대 동남아 영화인을 발굴해 교육하는 아시아영화학교(AFA)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영화인을 전문적으로 양성하자는 취지로 2007년 임권택 영화예술대학을 만들었죠. 전공은 영화·뮤지컬·연기과 세 개입니다. 임 감독은 석좌교수로 활동 중인데 안성기·강수연씨 등 유명 배우가 특강도 합니다. (웃으며) 세계로 뻗어 나갈 영화인이 많이 나올 겁니다.”

-동서대에 대한 외부 평가는 어떻습니까.

“정부의 2005년 누리사업 평가에서 전국 사립대 중 가장 많은 5개 사업단이 선정됐습니다. 또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교육역량강화지원사업 대상으로도 뽑혔어요. 정부 평가가 우리의 성적표입니다.”

인터뷰=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
사진=송봉근 기자

◆박동순 총장=1939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여고와 이화여대(영문과)를 졸업했다. 미국 신시내티 신학대학원을 수료했으며 일본 조사이국제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서학원 이사장을 거쳐 99년 3월 총장에 취임했다. 전 국회부의장 장성만 박사의 부인으로, 동서대 장제국 부총장과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아들이다. 학교 구석구석을 누비며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해 ‘어무이(어머니의 부산사투리)’로 불린다. 미술감상은 전문가 수준이다.

◆동서대=4년제 대학으로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에 있다. 92년 동서공대로 개교해 96년 동서대로 개명했다. 매년 2600여 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며 전체 재학생 수는 1만여 명, 교수(전임)는 300여 명이다. 1개 단과대, 14개 학부계열, 53개 전공·학과가 있으며, 대학원은 4개다. 재학생 40%는 각종 장학금을 받는다. 미국·중국·일본 등 22개국 84개 대학과 교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