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인권도 무시한 ‘불심검문’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국회 계류 불구 ‘매뉴얼’ 이미 시행
경향신문 | 박홍두 기자 | 입력 2010.09.13 03:1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경상
지난 5월 법원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고 저항하다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모씨(3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불심검문 대상자가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이는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의 근거는,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때 대상자는 형사소송법에 의하지 않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않고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였다.
경찰은 그러나 이 같은 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불심검문 절차를 일선 경찰관들에게 권장,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말부터 경찰관이 갖고 있는 PDA나 지식관리시스템(KMS)을 통해 불심검문 절차를 담은 '현장 매뉴얼'을 다운로드해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일선에 배포한 매뉴얼은 불심검문 방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부드럽고 친근한 분위기를 유도하며 설득하라." "끝까지 협조하지 않을 때에는 상대방의 불심점을 간파하여 생각할 틈을 주지 말고 계속 질문함으로써 상대방의 약점을 노출시키고, 상대방의 신체를 가볍게 두드려 보거나 소지품을 외부에서 더듬어 내용물을 감지, 흉기나 기타 증거품 유무를 판별할 것." 사실상 가벼운 몸수색까지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지침은 경찰이 추진 중인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포함된 불심검문 절차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 행정안전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법사위에 계류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법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현장 매뉴얼은 "가방을 잠시 열어주시겠습니까?" "주머니 속의 물건은 무엇입니까. 잠시 보여주시겠습니까?" 등 개인의 일반 소지품을 조사하는 자세한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이 역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만 들어 있는 내용이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흉기의 소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흉기 외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조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신분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지문을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그동안 불심검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신원 확인으로 시민들이 이동의 자유에 현저한 심리적 위축을 느낄 수 있고, 소지품 검사 규정상 조사 대상물 범위를 대폭 확대해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만연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개정안이 경찰의 편의성에만 치중하고 인권보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매뉴얼 내용은 참조용일 뿐"이라며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를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실시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현장 매뉴얼 사용은) 국회 입법절차나 국가인권위 견해를 무시한 것이며, 인권보호의무가 있는 경찰이 자신들의 직무 편의와 성과 올리기만 생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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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그러나 이 같은 법원 판결에 어긋나는 불심검문 절차를 일선 경찰관들에게 권장,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말부터 경찰관이 갖고 있는 PDA나 지식관리시스템(KMS)을 통해 불심검문 절차를 담은 '현장 매뉴얼'을 다운로드해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지침은 경찰이 추진 중인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포함된 불심검문 절차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 행정안전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법사위에 계류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은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법을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현장 매뉴얼은 "가방을 잠시 열어주시겠습니까?" "주머니 속의 물건은 무엇입니까. 잠시 보여주시겠습니까?" 등 개인의 일반 소지품을 조사하는 자세한 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이 역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만 들어 있는 내용이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흉기의 소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흉기 외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조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신분증이 없는 사람의 경우 지문을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그동안 불심검문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신원 확인으로 시민들이 이동의 자유에 현저한 심리적 위축을 느낄 수 있고, 소지품 검사 규정상 조사 대상물 범위를 대폭 확대해 영장 없는 압수수색이 만연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 개정안이 경찰의 편의성에만 치중하고 인권보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매뉴얼 내용은 참조용일 뿐"이라며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를 목적으로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실시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현장 매뉴얼 사용은) 국회 입법절차나 국가인권위 견해를 무시한 것이며, 인권보호의무가 있는 경찰이 자신들의 직무 편의와 성과 올리기만 생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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