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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주목받는 '친환경' 장례식들

화이트보스 2010. 9. 19. 21:26

새롭게 주목받는 '친환경' 장례식들

입력 : 2010.09.19 20:11

 

장례를 치르는 대표적인 방법은 화장(火葬)과 매장(埋葬)이다. 탄소 배출량을 둘러싼 우려가 이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19세기 영국에서 화장이 등장한 것은 묘지를 마련해야 하는 매장에 장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장 역시 환경의 측면에서는 ‘비싼’ 방법이다.

호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시신 1구를 화장할 때마다 160kg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다. 매장 자체만으로는 시신 1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9kg으로 화장보다 적다. 하지만 잔디를 깎고 나무를 베는 등 묘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까지 합하면 화장보다 더 많은 CO₂를 발생시킨다.

화장과 매장 모두 유해물질을 발생시킨다는 단점도 있다. 지난 2008년 ‘환경보건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Health)’에 실린 연구는 묘지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경고했다. 화장도 수은을 발생시킨다. 치아충전재로 흔히 쓰이는 아말감에 수은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수은 배출원 순위 5위와 맞먹는 양의 수은이 화장을 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장례 방법이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친환경적 장례가 주목을 받는다. 관이나 묘지를 함께 사용하고, 오크나 마호가니 같은 고급 목재가 아니라 분해가 잘 되는 판지로 만든 관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자연매장(natural-burial)’이 시행되고 있다. 자연매장은 시신을 땅에 묻는다는 점은 전통적 매장과 비슷하지만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는 약품 따위로 시신을 방부 처리하지 않는다. 돌을 깎아 만든 비석 대신 기념으로 나무를 심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1993년 처음 자연매장 묘지가 선을 보인 뒤, 지금은 242곳까지 늘어났다. 이는 영국 전역의 화장장 252곳과 맞먹는 수치다.

첨단기술도 동원된다. 그중 하나가 물과 칼륨 수산화물을 사용해 시신을 처리하는 ‘수분해(alkaline hydrosis)’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시신은 몇 시간만에 비료로 쓸 수 있는 무기질의 액체와, 재와 비슷한 잔류물만 남기고 분해된다. 호주와 영국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수분해 장례 업체를 설립한 샌디 설리번은 “CO₂배출량이 화장의 4분의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액화 질소를 사용해 시신을 동결 건조하는 방법도 있다. 그 다음에는 진동을 가해 시신을 미세한 분말로 만든다. 수분은 증발시키고, 수은 등을 걸러낸다. 이러한 시신 처리 방식을 선보인 스웨덴 업체가 등장했는데, 아직은 성과가 미미하다.

이러한 방법 중 어느 것도 아직까지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데 따른 법적인 조치들도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장례식과 같은 엄숙한 의식에 대해서는 법규를 마련하는 과정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처음 도입될 때 무례한 방법으로 여겨졌던 화장이 지금은 일반적으로 진행되듯이, 새로운 장례 아이디어들이 실현되려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