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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와 조카가 대장 된 다음

화이트보스 2010. 9. 29. 10:39

고모와 조카가 대장 된 다음

  • 양상훈 편집국 부국장

입력 : 2010.09.28 22:41

지금 북서 일어나는 일들은 말기 현상일 뿐
北 붕괴=南 재앙 가설도 근거 없는 미신
문제는 병역 논란이 잘 보여주는 이 나라의 정신

세계에 희한한 나라들이 많이 있었으나 아버지가 제 여동생과 20대 자식을 한날한시에 대장(大將)을 시켜준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노동당 대표자회를 두고 많은 말이 나오고 있지만 큰 눈으로 보면 북한 체제의 존속 여부와 상관없이 김씨 왕조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세계 정보기관들의 예측대로 김정일이 5년 내에 사망하면 북한은 당분간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실권을 쥔 것처럼 보이는 시기를 거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북한 체제의 속성이자 본질인 군부가 전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선군(先軍)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할 것이란 희망은 망상(妄想)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사실이 앞으로 속속 드러날 것이다. 그 과정 전체가 우리에게는 위험한 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인과 군대는 국경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체제를 지키지는 못한다. 군사력에만 의존했던 그 많은 체제의 말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종국적으로 북한 체제 자체의 종말이 21세기 전반기에는 온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최근 휴대폰 통화를 통해 전해진 한 북한 대학생의 말처럼 "3대 정승 없다는데 3대(김정은)째에는 북이 망하고야 말 것"이다.

21세기 전반기라면 이제 40년 남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이 살아생전에 통일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은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중국의 장부(帳簿)에서 북한은 부채이고, 한국은 자산이다. 중국 입장에서 온갖 비난과 조롱을 무릅쓰고 북한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오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수 있다. 단 하나의 이유만 든다면 북은 할아버지·아버지·고모·조카·매제의 나라이고, 대한민국은 그 정반대 방향으로 한발씩 한발씩 걸어와 이제 세계의 선두와 호흡을 함께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통일로 가는 길을 가장 방해하는 것이 '북(北) 붕괴 = 남(南) 재앙'이란 미신(迷信)이다. 독일의 정치인들, 학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대로 통일은 '갑자기' 온다. 통일은 어느 날 급작스럽게 북 체제의 요동이 표면화되면서 올 수밖에 없다. 북의 붕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북한 난민 수백만 명이 몰려와 남한이 위험해진다"는 가설을 퍼뜨렸다. 설사 난민이 발생한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지뢰밭인 DMZ를 대량으로 통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트 피플은 있다 해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통일비용 추산액이 2000조원이라고 한다. 그 추산액이 2000조원의 2000조 배라고 해도 통일해야 한다. 통일로 얻는 이익은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지금 통일비용이 많아서 통일을 되돌리자는 독일 사람이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량난민설, 천문학적 통일비용설과 같은 것은 과거엔 없던 것이다. 햇볕정책 이후 갑자기 등장해 이제는 마치 정설인 것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북한의 2000만 인구를 통제·관리하고 20~30년에 걸쳐 교육·발전시키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면 우리도 나라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

우리 체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통일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우리에게 모자란 것은 체력이 아니다. 추석 때 한 시골 목욕탕에서 사람들 대화를 엿들을 기회가 있었다. 마침 TV에선 김황식 총리 후보자 병역 면제 논란이 방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김 총리 후보자가 왜 병역 면제가 됐는지에 대해선 관심도 없는 듯했다. 당연히 뭔가 부정으로 병역을 기피했을 거라고 이미 믿어버린 듯했고, 욕설과 분노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비난의 종착지는 대통령과 여당이었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나라를 지키는 병역 문제를 놓고 선거 때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이렇게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김 후보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선 군대 갔다 온 사람 중엔 정말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는 것이다. 천안함 사태 와중에 '병역면제 내각'이라고 그토록 싫은 소리를 듣고서도 또 총리를 연속 두 명째 군 미필자를 시켜야만 할 정도로 군필자 중에는 사람이 없느냐는 것이다. 생이빨과 생어깨, 생무릎을 뽑아가면서까지 병역을 기피하려는 풍조가 있는 나라에서 고위공직자 인사까지 만날 이런다면, 그런 나라가 정말 위험하고 결정적인 통일의 순간을 맞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