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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직거래다'..日 하다노농협>

화이트보스 2010. 10. 18. 16:42

'이것이 직거래다'..日 하다노농협>

당일 농산물 판매하는 일본 하다노 직판장
(도쿄=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당일 생산한 채소와 과일 등을 판매하는 일본 하다노시(市) 농협의 직판장. 이 직판장은 물건이 남더라도 다음 날 팔지 않고 전량 수거, 폐기처분하는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신선함을 유지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기사 참고><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10.17 ichong@yna.co.kr

'중간'서 농산물ㆍ매출 정보 소비자ㆍ농민에 전달
180평 매장서 월 10억..농민 300여명 먹여 살려

(도쿄=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일본 도쿄 주변의 인구 17만명인 하다노시(市) 농협 직판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곳이다.

   꽃과 채소, 과일, 고기, 육가공제품이 전부이고 넓지도 않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하다노 농협은 건물을 365일 거래를 하는 직판장으로 활용하고 직원들을 고용해 판매를 대행해준다.

   농민은 생산한 물건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된다.

   농협은 관내 농민에 대한 세세한 자료를 통해 파종 때부터 품목과 양, 시기를 조절하고 출하한 농산물의 매출현황을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해 생산자에게 시시각각 알려준다.

   물량이 달리면 즉시 추가 출하토록 했고 남은 것은 되가져가게 한다.

   특히 농협은 생산자에게 팔리지 않은 이유, 즉 가격이나 품질 등을 검토해 다음 출하 때 교정토록 지도하고 시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은 전국에 산재한 일본 농협중앙회(JA) 매장과 제휴를 통해 보충한다.

   또 생산자 스스로 시장가격을 참고해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하고 바코드도 직접 붙이도록 했다.

   대신 물건을 팔아주는 종업원과 시설 투자 등을 위해 판매액의 15%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는 생산자에게 돌려줬다.

일본 하다노 농협 미야나가 참사
(도쿄=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일본 하다노시(市) 농협의 히토시 미야나가 참사가 하다노 직판장의 성공 비결과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방기사 참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10.17 ichong@yna.co.kr

   농산물값의 45% 이상이 물류비용으로 빠져나가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 가동되자 가격과 품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고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하다노 직판장의 판매액은 2003년 45억원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124억원으로 3배가량 껑충 뛰었다.

   한정된 농산물만 취급하는 180여평 규모의 자그마한 매장이 매달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여 300여명의 농민을 먹여 살리는 기적을 실현한 것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신선함을 먹을거리의 으뜸으로 여기는 생산자-소비자의 암묵적 합의와 운송거리 단축에 따른 물류비용 감소로 가격을 최대한 낮췄기 때문이다.

   중간 도매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농협의 판매수수료를 제외하면 생산가격과 소비가격이 거의 변함이 없다.

   생산자의 이름과 재배일자 등이 적힌 바코드도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한몫했다.

   상추와 고추, 배추, 장미꽃, 돼지고기에 붙은 바코드는 얼굴도 모르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혔다.

신선한 농산물로 승부하는 일본 하다노 직판장
(도쿄=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당일 생산한 농산물로 신선함을 유지하는 일본 하다노시(市) 농협 직판장. 이 직판장은 산지와 소비지까지의 거리가 단축되면서 소비자들의 지역 농산물에 대한 애착도 깊어졌다. <지방기사 참고><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10.17 ichong@yna.co.kr

   부지불식간에 밥상에 오르곤 하는 국적불명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했다.

   매주 2∼3번씩 하다노 직판장을 찾는 주민 유키타(38.여)씨는 "일년 내내 신선한 물건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채소나 과일을 사본 적이 거의 없다"면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가 아침에 직접 출하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고, 무엇보다 지역 농민이 생산해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곳에는 흔하디 흔한 물류창고도, 여느 판매장처럼 문 닫기 직전에 반값 할인하거나 거저 주다시피하는 '떨이'의 풍경은 없다.

   이는 신선하지 않은 물건은 어떤 경우라도 팔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소비자와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아깝긴 하지만 차라리 남은 물건은 버리는 편이 값싸고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편과 장을 보러 온 시즈키요코(54)씨는 "요코하마에서 자동차로 40분이 걸리지만 이 직판장의 농산물들은 직거래형태여서 신선하고 안전한데다 다양하기까지 해서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곳 농산물은 인기가 많아 오후 4시쯤에는 거의 다 팔려나가기 때문에 가능하면 오전에 온다"면서 "가까운 곳에 대형할인점이 있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동 시간이나 기름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JA는 2005년을 전후로 이 같은 직판장을 70여개의 지역 농협에 개설했다.

   직거래의 표본이 된 하다노 농협을 한국 농협과 농민, 소비자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