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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F1대회…외신기자 “한국서 왜 하는지”

화이트보스 2010. 10. 24. 17:41

국제망신 F1대회…외신기자 “한국서 왜 하는지”

경향신문 | 영암|김창영 기자 | 입력 2010.10.24 15:00 | 수정 2010.10.24 15:26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일까.

첫 대회인만큼 미숙함이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처음에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관용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될수록 '도를 넘어선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기자의 조바심은 점차 현실화했다.

F1은 출전 드라이버가 전부 외국인인데다 여러 나라에 중계되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 해외에 우리나라가 그릇된 모습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애국심의 발로였다.

21일 전남 영암에 도착하면서 싹튼 우려는 22일 연습주행과 23일 예선, 24일 결선이 차례차례 진행되면서 '아무리 처음이라도, 해도 너무 한다'는 실망감으로 귀결됐다.

F1을 취재하면서 '한국에서 대회를 볼 수 있다'는 작은 '기대'는 대회장에 도착한 순간 허탈함을 안겼다. 개막이 내일인데 여전히 관람석을 설치 중이었다. 내외신 사진 기자들의 명소로 꼽힌 구름다리 계단은 콘크리트가 굳지도 않은 상태에서 임시개방했다. 엘리베이터가 있을 자리는 가림막으로 대치했다. 외국 방송사들은 비로 시멘트 가루를 쓸어내며 먼지나는 서킷을 고발하기에 바빴다.

23일은 '티켓 전쟁' 추태까지 일어났다. 메인 그랜드스탠드(골드) 좌석을 59만8000원에 책정한 조직위원회가 계획에도 없던 자유이용권 2만장을 학교에 뿌린 것이 화근이었다. 거액을 주고 지정적을 산 관중들이 항의에 자유이용권 소지자의 입장을 전면 금지시키자 자유이용권을 가진 사람들이 입장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영암 서킷~목포간 10㎞는 말 그대로 '교통지옥'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목포까지 이동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선이 열린 24일 입장객은 영암 초입에서 경기장을 눈앞에 두고 발을 굴렀다.

셔틀버스를 운영했지만 예고 없이 취소하거나 제때 오지 않았다. 운전 중 담배까지 피워 눈살을 지푸리게 하는 기사도 있었다. 일부 미디어셔틀 기사는 노선을 잘 모르자 외신기자들이 길을 안내하거나 '스톱'을 외친 뒤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숙소도 문제였다. 미디어 모텔의 경우 1박에 12만1000원, 그것도 3일 이상에 선납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모텔을 구한 기자들은 4만원에서 10만원까지 들쭉날쭉한 요금을 지불했다. 어쨌든 정상대로 예약한 사람이 되레 손해를 본 셈이었다.

주최 측은 8만8000원에 방을 잡아놓고 기자들에게 3만3000원을 얹어 파는 '방 장사'까지 했다. 하지만 대회 주최측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것 저것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한 외신기자는 한국의 인상에 대해 묻자 "원더풀"이라면서도 "한국에서 F1을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뭔가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F1 첫 개최에 따른 결과물은 '국제망신'이었다. 앞으로 7년 동안 개최하게 될 F1에서 경제적 이익이 과연 국제 망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 영암|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