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한옥의 재발견]<2>김용미의 ‘서울남산국악당’
“마당서 한판 놀았는데 알고보니 땅 밑이네…”
《“여기에 이런 공연장이 있었다니…. 생각도 못했네.” 서울 중구 필동 남산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을 처음 찾은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옥마을을 구경 온 이들이 문득 들어가 앉게 되는 호젓한 마당을 가진 카페. 그 땅 아래 330석 규모의 현대식 국악전용 콘서트홀이 있다는 건 공연을 관람하러 들어가 본 사람만 안다. 연주를 감상하고 난 뒤 로비로 걸어 나온 사람들의 반응도 대개 비슷하다. “지하였어?”》
“설계를 누가 하더라도 공연장은 땅속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땅 위로 드러난 건물과 공간에 건축가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였어요. 결국 관건은 지하공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답답하게 만드냐는 것이었죠.” 김 대표는 해법의 열쇠를 전통건축 요소인 화계(花階·뜰 한쪽을 조금 높인 화단)에서 찾았다. 지하 2층 공연장 로비 바로 앞에 성큰 가든(sunken garden·지표면 아래에 만든 외부 공간)을 두고 시선이 머무는 옹벽을 화계로 꾸민 것이다. 너비 17m, 폭 7m의 로비 남쪽 앞뜰에는 햇볕과 바람이 들고 비와 눈이 쏟아진다. 관람객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에야 비로소 이곳이 지하였음을 깨닫는다. 공연장 내부를 다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벽체와 천장을 그냥 노출시킬 수는 없는 일. 소나무 판자로 표면을 감싸기로 했지만 여느 공연장처럼 밋밋하게 덮는 마감은 국악당을 세우는 취지에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 끝에 떠올린 것이 덕수궁 중화전 등 한국의 대형 전통건축물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우물천장’이었다. 우물천장은 지붕 아래 넉넉한 폭의 직사각형 나무 격자를 짜 올린 뒤 격자 구멍을 판자로 막아 만든 천장이다. 원래는 보 등의 구조물을 가리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지만 김 대표는 그 이미지만 따오기로 한 것이다. “비판적으로 보면 ‘눈가림’이 맞죠. 하지만 덕분에 뜻하지 않았던 효과를 얻었습니다. 천장을 그런 식으로 꾸미겠다고 하니 공연장 음향기술자가 너무 좋아하는 거였어요. ‘음의 난반사(亂反射)에 유리하겠다’면서 말입니다.” 지상은 손대기 어려운 구조 지하를 답답하지 않게 꾸며 ‘우물천장’ 음향효과 딱
“고종은 서양음악 듣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전통 한옥건축의 맥이 잘 이어진 상황에서 현대식 공연장을 개발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유럽의 소규모 공연장에 가보면 대개 로마식 열주(列柱)를 응용해 양측 내벽 객석을 꾸밉니다. 한옥으로 둘러싸인 마당에서 공연을 보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남산국악당은 2009년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금은 한옥 건축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김 대표는 젊은 시절 ‘한옥을 배우기 싫어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가신 아버지(김한섭 전 중앙대 교수)와 오빠(김홍식 명지대 교수)가 모두 한옥에 인생을 바친 건축가입니다. 대학 시절 오빠를 도와 전국 곳곳의 한옥을 다니면서 실측조사를 했죠. 하지만 한옥이 건축의 대상으로 대우받지 못했던 때라 반발심에 유학을 떠났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고 느낍니다.”
“요즘 대학 강의를 나가면 가끔 한옥이 앉을 만한 땅을 주제로 과제를 내곤 합니다. 대부분 박스형 건물을 계획하죠. 기와지붕, 나무기둥, 창살문을 보여주면 세련된 디자인이 아니라고 건축하는 사람들이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땅이 한옥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말이죠. 건축가들 스스로 한옥의 가치를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손택균 기자 / 이진혁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조혜경 인턴기자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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