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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협하는 대량생산·소비

화이트보스 2011. 1. 17. 12:33

밥상 위협하는 대량생산·소비

 

입력 : 2011.01.15 03:13

집단사육, 대규모 질병 일으켜… 육류 대신 어류 섭취 늘려야

식량의 종말
폴 로버츠 지음|김선영 옮김|민음사|524쪽|2만5000원


구제역 확산으로 전국 축산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소비자들의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신간 '식량의 종말'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상징되는 식량 생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저자 폴 로버츠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 자원경제학과 자원정치학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미국 저널리스트이다.

오늘날 식품은 저비용 대량 생산, 고부가가치, 고효율, 비교 우위 원리에 따라 각 가정의 부엌을 떠나 '산업 시스템' 안으로 안착했다. 저자는 대형 식료품 기업이 전례 없는 시장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이용해 공급망을 장악하고, 식품 생산뿐 아니라 식품 자체를 변모시킨 저비용 대량 생산 모델을 선보였음을 밝힌다.구제역은 오늘날 식품 시스템의 위기를 잘 드러내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가축을 더 크고 빠르게 키우기 위해 목장과 헛간 앞마당에서 기르던 가축을 축사와 우리로 옮긴다. 하지만 가축 밀집 사육시설에서 집중 사육하는 방식은 대규모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가축을 빨리 키우려고 비타민과 아미노산, 호르몬, 항생제를 사용한다. 가축에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주입한 결과 박테리아의 항생제 저항력도 높아져 가축을 매개로 한 질병 발병률도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최저가를 요구하는 대형 가공업체와 대형 마트 그리고 소비자들의 가격 압박이 있다.

만약 대규모 조류독감이 발생할 경우 어떤 양상이 나타날 것인가?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로위 국제전략연구소가 2006년 작성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아시아 오리농장에서 중간 수위의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세계적으로 1400만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손해도 상당할 것이며, 피해 대부분은 식품 분야가 될 것이라고 한다. 피해 양상은 인구가 밀집돼 있고 정부 대책과 의료 시스템이 탄탄하지 못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가장 극심할 것이다. 후발개발도상국, 그중에서도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300만명 정도 인명피해가 날 것이다. 중국인도는 합쳐서 500만명 넘는 인명 손실을 입고, 공장 문이 닫히고 투자자들이 자본을 빼내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럽이나 북미로 옮기면서 고성장 경제가 주춤할 것이다.

저자는 또한 아프리카 기아로 대표되는 현대 식품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식품 공급량이 늘고 식품 가격이 5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기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으며 전 세계에는 영양 과다 인구만큼 영양 부족 인구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고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세계적 혹은 국가적 차원의 식품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식품을 더욱 활용하는 방향으로 식품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어류 소비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종래의 육상 가축은 생물학이나 생태학 측면에서 제약이 있으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의 대부분은 미개척 영역인 바다에서 얻어야 한다. 이를 식품학자들은 '청색 혁명(blue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어류는 육지에 사는 어떤 가축보다도 산업화에 적합하다. 대량으로 기를 수 있고 양식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셋째, 육류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 식품 시스템의 현 상황과 지향점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해결책은 식량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식품수요, 그중에서도 육류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현대 식품 시스템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그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논의가 매우 논쟁적"인 까닭인지 너무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럼에도 현대 식품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윤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