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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vs 형제 군수 다툼 … 치욕의 화순군

화이트보스 2011. 2. 25. 15:44

부부 vs 형제 군수 다툼 … 치욕의 화순군

[중앙일보] 입력 2011.02.25 00:17 / 수정 2011.02.25 14:09

전완준 군수 당선무효 확정
2002년 선거부터 가문 싸움
향응·금품제공·비리 얼룩
선거법 어겨 3명 사법처리
주민들 “표 찍은 우리도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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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남 화순군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니겠습니까. 표를 잘못 준 저희들도 책임이 있죠.”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런 한탄과 반성을 늘어놓았다. 이날 대법원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전완준(52) 전남 화순군수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서다. 전 군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읍·면 번영회 협의회의 일부 간부에게 격려금을 건네고, 민주당원 20여 명을 관사로 초청해 38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전 군수는 당선이 무효화됐다.

 이로써 화순군은 역대 군수 3명이 줄줄이 사법처리당해 불명예 퇴진하는, 부끄러운 진기록을 만들었다. 4월 27일 재선거 때도 한 차례 갈등과 반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순군수 선거 복마전은 2002년 6월 선거에서 임호경(59)씨가 당선됐으나 취임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징역형을 받아 1년7개월 만인 2004년 1월 군수직을 잃었다. 그해 6월 재선거에 임 전 군수의 부인 이영남씨가 출마해 당선되면서 ‘부부 군수’가 됐다.
 이씨는 2006년 6월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나섰다. 경쟁자는 전완준 군수의 형인 전형준씨였다. 결과는 전형준씨의 승리. 그러나 전형준 군수도 얼마 못 갔다. 그도 기부와 당비 대납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취임 80일 만에 스스로 사임했다. 그해 10월 치러진 보궐선거에는 동생인 전완준씨가 출마했다. 보궐선거의 상대도 이영남 전 군수였다. 이번에도 전씨 집안의 승리였다. 전완준 군수가 당선돼 ‘형제 군수’가 탄생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는 전완준 군수와, 2008년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을 받은 임호경 전 군수가 붙었다. 전완준 군수는 선거 직전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지만 옥중 출마를 강행,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1심에서는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직위를 유지했지만,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면서 24일 끝내 군수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둘째 형인 전형준 전 군수와 화순군의회 의장을 지낸 맏형까지 모두 삼형제가 선거법 위반과 비리로 사법처리당하는 기록까지 남겼다.

 전씨 형제는 건설업을 하며, 임호경씨는 화순탄광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4월 27일 실시되는 재선거에 ‘형 군수’인 전형준씨와 ‘남편 군수’인 임호경씨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호경씨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당해 다음 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지역 발전과 주민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두 집안 사람들은 더 이상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회사원 김정식씨는 “부부와 형제가 군수 자리를 주고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표를 준 주민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수 선거를 이렇게 코미디로 만든 당사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화순군 공무원 B씨는 “부부 군수와 형제 군수 간 싸움에 공무원 조직도 완전히 패가 갈린 상태”라며 “두 집안이 또 4·27 선거판에 뛰어든다면 폐해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