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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일본 대지진] "누군가는 물을 넣어야 한다" 자위대 10여명 목숨건 근

화이트보스 2011. 3. 18. 09:04

3·11 일본 대지진] "누군가는 물을 넣어야 한다" 자위대 10여명 목숨건 근접작전

입력 : 2011.03.18 03:01 / 수정 : 2011.03.18 07:06

자위대·경찰·원전기술자 냉각작업 사투
헬기·경찰 작전실패 후 오후 7시35분 첫 주입

"아, 드디어 냉각 작업이 시작됐다."

17일 오후 7시 35분. 자위대가 소방차를 동원해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3호기 폐연료봉에 대한 냉각수 살포작업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열도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원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첫번째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폐연료봉은 플루토늄 239와 잔류 우라늄 235 등 강력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뚜껑조차 없다. 16일부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대재앙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청장관이 "3호기는 냉각수가 바닥나 폐연료봉에서 방사능이 뿜어져 나오는 한계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래픽= 디자인편집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작전에는 100여명의 자위대원과 특수소방차 11대가 동원됐다. 실제 살포 작업에 투입된 것은 자원자 10여명과 소방차 5대. 5분 정도 살포하고 뒤로 빠지는 방식이었다. 방사능 오염을 각오한 살신성인의 작업을 했다는 찬사가 자위대원들에게 쏟아졌다. 이 작전에 참가한 자위대원들은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고 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자위대의 1인당 허용기준 50밀리시버트(mSv)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날 인명구조 등 긴급 상황시에는 100밀리시버트(mSv)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였다. 방위청에서 너무 위험하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총리관저측은 "현재의 기준으로는 원전이 터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결단을 내렸다. 자위대원들도"보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선뜻 나섰다.

국민들이 이날 오후 환호성을 지른 것은 기대를 모았던 오전 헬기 냉각작업 등이 잇따라 실패하는 등 그동안 일본 정부가 원전사고 대응에 무기력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가'일본 정부가 대참사 방지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는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이다.

이날 오전 19명의 자위대원을 태운 헬기 2대가 원전 상공을 날았다. 전날 헬기 살포 자체를 포기했던 자위대원들은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헬기 바닥에 납을 깔고, 오염측정기를 단 방호복까지 갖춰 입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원전 상공을 지나가면서 물을 투하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람이 세게 부는데다 너무 높은 곳에서 투하해 대부분 빗나갔다. 40분 동안 4회에 걸쳐 물을 투하했지만 방사능 오염도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실패였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비상하게 위험한 상황에서 자위대가 4번이나 물을 투하한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결단이었다"는 자위대 간부의 말을 전했다. 헬기에 이어 경찰기동대가 데모진압용 물대포를 몰고 접근해 3호기에 냉각수를 퍼부었다. 하지만 폐연료봉에 물이 도달하진 못했다. 이 두 번의 실패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이날 아침 자위대와 경찰, 원전기술자 등 '원전 사수 결사대'가 투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결사대가 사고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주세요", "당신들만 믿습니다" 등 격려의 글들이 쏟아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한때 50명까지 줄었던 원전 작업반원을 300명까지 늘리는 등 총 500여명을 투입했다.

또다른 낭보도 전해졌다. 도쿄전력 직원 320명이 새벽부터 매달린 냉각장치 가동을 위한 긴급 송전선 복구작업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지진·쓰나미에 이은 원전 악몽에 시달리던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