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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핵의 대결 … 운명의 작전 돌입

화이트보스 2011. 3. 18. 09:41

인간과 핵의 대결 … 운명의 작전 돌입

[중앙일보] 입력 2011.03.18 00:29 / 수정 2011.03.18 06:11

헬기·소방차·방수차 동원해
후쿠시마 원전에 물 쏟아부어
냉각기 돌릴 전력 복구 작업도

최악의 방사능 물질 유출 사태를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입체작전이 17일 펼쳐졌다. 자위대 소속 헬기와 특수 소방차가 투입된 총력전이었다. <아래쪽 인포그래픽 참조>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전 9시48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상공에 출동한 자위대 소속 두 대의 시누크(CH-47) 헬기는 총 30t의 바닷물을 4차례에 걸쳐 3호기에 집중 투하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 중인 수조에 냉각수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다. 3호기는 수조의 냉각수가 증발된 데다 14일 수소 폭발로 지붕까지 날아간 상태여서 사용후 핵연료가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의 유출 위험이 큰 것으로 관측돼 왔다.

 헬기를 통한 바닷물 투입작전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방사능 피폭에 대한 우려로 헬기가 3호기 상공에 오래 머물며 물을 투하할 수 없었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에서 실행한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 7시35분부터는 자위대 소속 특수 소방차 11대가 동원돼 총 30t의 바닷물을 3호기에 쏘았고, 한때 경시청(한국의 경찰청에 해당) 소속 고압 방수차도 동원됐다. 하늘과 땅을 통한 입체전이 진행되는 동안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에 외부 전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송전선 설치 작업을 본격화했다.

일본 정부는 송전선 설치를 통한 전력 공급에 큰 기대를 걸며 사태 호전을 기대하고 있다. 전력이 연결되면 원자로 냉각장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자위대와 경찰을 포함한 일본 내 모든 조직을 투입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30분간 이뤄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였다. 간 총리의 이 말에 오바마 대통령은 “당면한 대응뿐 아니라 원자력 전문가의 파견과 중장기적 재건 지원을 포함해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본 정치권의 실세 정치인인 와타나베 고조(渡部恒三) 민주당 최고고문은 이날 오후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관련, “신에게 비는 심정이다. 더 이상의 재앙은 없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C)가 “후쿠시마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던 수조의 물이 바닥났다”고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가 느끼는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 물이 남아 있다”고 반박해 혼선이 일고 있다.

 한편 17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일본인 두 명과 한국인 한 명에게서 방사선이 검출됐고, 그중 일본인 한 명은 기준치 이상인 것으로 측정됐다고 교육과학기술부가 밝혔다. 방사선 게이트를 통해 검사한 결과 이날 오후 5시1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50대 일본인 남성의 머리카락·외투·신발 등에서 기준치인 1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는 방사선이 확인됐다. 그러나 검사 직후 외투와 신발 등을 벗자 방사선 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머지 두 명은 기준치 이하여서 특별한 조치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승욱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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