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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보관' 폐핵연료 6400개도 위험 '전력복원 작전 성공하면 진정국면 접

화이트보스 2011. 3. 18. 17:25

'별도보관' 폐핵연료 6400개도 위험

'전력복원 작전 성공하면 진정국면 접어들수도' 한가닥 희망
모든 작전 실패땐 콘크리트로 원자로 덮는 '최후작전' 꺼낼듯
원전설계자 "구조적 문제 있다"…의학박사 "日 떠나는게 좋다"

한국아이닷컴 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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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TV화면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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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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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다. 일본이 또 다른 원자력발전소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대지진의 피해로 방사능 유출 위험에 처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1∼6기 이외에 6,400개의 사용후 핵연료를 별도로 보관한 수조도 고장을 일으켰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현재 1호기 292개, 2호기 587개, 3호기 514개, 4호기 1,331개, 5호기 946개, 6호기 876개 등 4,546개가 보관돼 있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6,400개의 사용후 핵연료가 별도로 마련된 공용 수조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사용후 핵연료도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별도 보관 수조가 쓰나미로 인해 냉각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수위나 수온 변화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소폭발 등의 문제를 일으킨 1∼4호기는 물론 5, 6호기 수조 수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6,400개에 이르는 핵연료를 보관한 수조도 고장 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원전 불안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원자로에서 발전에 사용한 뒤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여전히 열을 내뿜고 있어서 적절하게 냉각하지 않으면 방사능을 대량으로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자 도쿄전력은 헬기 등을 동원한 냉각수 살포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야스코 위원장은 일본이 사고 원자로를 통제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호기의 사용후 연료봉 저장조가 말라 치명적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사용후 연료봉 저장조의 상황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선임고문인 그레이엄 앤드루도 "후쿠시마 원전 상황이 더 나빠지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심각하다"며 "원자로 두 곳의 연료봉이 물에 절반 정도만 잠겨 있고, 세 번째 원자로에서도 연료봉이 완전히 수면 아래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사고 초기 미국의 제안 거부해 최악상황 만들었다"

원전 사고 초기에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위기 해결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직후인 11일 미국이 원자로 냉각에 대한 기술적 지원 제공의사를 밝혔으나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를 거절했다는 민주당 고위 당료의 발언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제안은 원자로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고 초기 냉각장치 복구를 확신한 일본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실행에 옮기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과 일부 정부인사는 당시 간 나오토 총리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원전 사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방사선에 오염된 지역에서 활동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 부대를 파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로버트 윌라드 태평양군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약 450명의 방사선 피해관리 전문가의 파견을 요청했다. 그들은 파견명령에 대비하여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 간 총리, 방위장관 압박해 가미가제식 작전 시행

군인의 목숨이 걸린 가미가제식 공중 물 투하 작전은 간 총리가 방위상을 압박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타자와 도시미 방위장관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헬기를 통해 3호기에 바닷물을 투입하는 작전에 반대했다. 너무나 위험한 임무라며 군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호기를 냉각하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총리가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며 방위장관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간 총리는 17일 오전 기타자와 방위상을 두 차례 불러 자위대 헬기를 이용한 물 투하를 요구했고, 결국 방위상은 오리키 료이치 통합막료장(합참의장)을 설득해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임무가 종료된뒤 기자회견에서 기타자와 방위장관은 "총리와 저의 중대 결단을 통합막료장이 받아들여 수행됐다"고 말했고, 오리키 통합막료장은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통합막료장도 비장한 어조로 "'한 번은 반드시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가라'고 대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했다.

◇ 간 총리, 방위장관 압박해 가미가제식 작전 시행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오구라 시로(小倉志郞·69)씨가 16일 도쿄 외신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설계 당시 (지진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오구라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전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후쿠시마 원전 설계 및 시공의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오구라씨는 "지진과 해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정부는 무조건 안심하라며 전력(全力)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관계자들은 방사선 누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학박사인 사키야마 히사코씨는 "일본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건설에 참여했던 현장감독의 부실 원전 공사 폭로글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배관 전문 현장감독으로 20년간 근무하다 1997년 사망한 고(故) 히라이 노리오씨의 강연 전문을 담은 이 글은 원전 부실공사와 이에 따른 위험성을 강조했다.

◇ 의학박사 "일본 떠나는 것이 좋다"

일본 원자력 행정의 구조적 문제점이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날 포털사이트 다음과 외신 등에 따르면 20년간 원자력발전소에서 배관 전문 현장감독으로 근무하다가 1997년 사망한 일본인 히라이 노리오 씨가 일본 원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글은 2005년 국내 한 환경단체 회원이 번역본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6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히라이 씨는 당시 "일본 정부나 전력회사는 원전이 내진설계를 하고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져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얘기"라며 "현장에 전문기술자가 줄고 비전문가들이 많아져 어떤 것이 하자인지도 모르고 작업을 하는 것이 지금 일본 원전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면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에 (부주의로) 철사를 빠뜨려 놓은 채 운전하고 있어 조금만 잘못해도 세계를 휩쓸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도쿄 외신기자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오구라 시로(69) 씨의 고백도 일본 원전 행정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했던 오구라 씨는 "설계 당시 (지진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였다"면서 "지진과 해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정부는 무조건 안심하라며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의학박사 사키야마 히사코 씨는 "일본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일본 "최후의 수단으로 '체르노빌 방식' 고려"

이번 원전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더 안 좋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느냐는 전력복원 작전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전력을 다시 공급하면 각 원전 긴급노심냉각장치(ECCS)를 가동함으로써 원자로 냉각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다. 방사능 억제 작업이 한결 쉬워지는 것이다. 전날 2호기에 대한 전력선 복구 작업을 마친 도쿄전력 측은 18~19일에 걸쳐 1,2호기의 전력 공급을 재개하고, 20일까지 3,4호기에 전력을 다시 공급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작전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은 있다. 1∼4호기가 수소폭발이나 화재로 원자로 건물이 심하게 파손된 상태여서 펌프와 배관 기능이 고장 났거나 전기 배선에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원전 위기상황을 제어하는 데 실패한다면 '최후의 작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일본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콘크리트로 원자로를 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원자로에 붕산을 투입하는 동시에 콘크리트로 덮는 방법으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폐쇄 때 사용한 방식이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현재로선 전력 복구와 원자로 냉각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체르노빌 방식'이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지진ㆍ원전 폭발] 화보 보기    [한국 등 국제구조대 활동] 화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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