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 대학과 병원을 유치해 외국인이 송도에서 아무 불편 없이 기업 하며 살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약속도 공수표(空手票)가 돼가고 있다. 국회가 수도권 억제, 지역균형 개발, 특혜 시비를 들고 나와 법 개정에 발을 걸었기 때문이다. 송도 국제병원 부지에는 8년째 잡초만 무성하다. 대학은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이 신입생 110명을 모아 내년 3월 개교하는 게 유일한 성과다. 그러다 보니 송도는 아파트만 31개 단지, 1만5000여 가구가 들어서 외국인 없는 내국인만의 베드타운이 돼버렸다.
가장 낫다는 송도가 이 지경이니 다른 5개 경제자유구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제주도를 세계적 의료·관광·교육·휴양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제주 국제자유도시 계획이 나온 게 언제인데 제주에 가보면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런가 하면 국가안보의 새 틀을 짜기 위한 국방개혁은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고, 제주 강정해군기지 역시 토지 매입과 어업 보상까지 마치고도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가적 핵심 과제들이 정치적 논란과 부처 간 이견(異見) 등에 막혀 표류하고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주체가 없다. 정부는 앞당겨진 '임기말 현상'에 주도력(主導力)이 눈에 띄게 떨어진 데다 물가와 저축은행 사태 같은 눈앞의 현안 처리에 쩔쩔매고 있고, 여당은 내년 총선의 강박관념에 눌려 감세(減稅) 계획 철회와 반값 대학 등록금 문제를 들고나와 야당과의 친(親)서민 경쟁에만 파묻혀 있고, 야당 역시 '첫째도 복지 둘째도 복지'라며 국가적 과제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국민만 이러다간 또다시 중국의 변방(邊方)으로 굴러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발을 구를 뿐이다.
[오늘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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