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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

화이트보스 2011. 7. 20. 16:39

검찰이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

 

입력 : 2011.07.19 23:11

검찰은 최근 조직의 명운이 걸린 듯 국회·경찰에 맞섰다, 그러나 정작 법무장관 후보 찾기도 어렵게 만든 전관예우나 국민 불신 같은 위기의 본질엔 無대응했다

권재진 법무장관 내정자의 자질과 관련한 여권(與圈)의 평가는 하나로 모인 듯하다. 장관이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의 장관 지명에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까지 이 점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권재진 불가론'을 폈던 남경필 최고위원은 어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개인적 자질이나 능력은 검찰 내에서 가장 뛰어난 분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일부가 권 내정자의 법무장관 기용에 반대했던 것은 그가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라는 이유에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청와대 수석이 곧바로 장관에 임명된 경우는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법무장관만은 예외였다. 지금껏 청와대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직행한 예는 없다. 법 집행의 최일선을 책임지는 법무장관의 공정성·중립성 문제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란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려다가 포기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청와대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은 공정선거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라며 반대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청와대는 굳이 논란의 한복판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을 찾아봤지만 권 내정자만한 경력을 갖춘 검찰 출신들은 예외 없이 로펌에 들어갔거나 변호사 개업으로 거액을 벌었다"며 "대부분 국회 청문회 통과가 어려워 보였다"고 했다. 장관 후보군에 들어 있던 검찰 출신들은 하나같이 전관예우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더라는 이야기다. 올 초 전직 검찰 간부가 퇴직 후 로펌에서 7개월 일하면서 7억원을 번 게 화제가 됐었다. 대다수 국민은 '7개월간 7억원'에 놀랐지만, 정작 법조계에서는 "아주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이번에 살펴봤던 검찰 출신 법무장관 후보군은 그에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법무장관 인선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느라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누구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느냐보다 앞으로 우리 공직사회에 미칠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풍토에선 앞으론 현직 공무원을 빼곤 정부 고위직에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출신을 찾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검찰처럼 힘 있는 기관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질 것이다. 검찰 출신들은 전관예우와 거액 보수(報酬)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공직에 기용할 수 없다는 청와대 설명은, 바꿔 말하면 검찰이 집단적으로 자기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검찰을 공개 비난한 셈이 됐다.

최근 검찰은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부산저축은행 특혜 인출(引出)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나도 감정적으로는 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고, 이재오 특임장관도 "(수사 결과를) 못 믿겠다"고 했다. 여당은 아예 반(半)공개적으로 사실상의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초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6%가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의 본업인 수사 영역에 대한 불신까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만약 어느 회사의 직원들이 "당신들의 선배들은 몸가짐을 제대로 못했고, 당신들의 업무능력도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창피스럽고 부끄러워 잠을 못 이뤘을 것 같다. 이런 불명예를 씻기 위해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시늉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의외로 조용하다.

검찰이 원래 '조용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외부의 비난을 덤덤하게 받아넘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검찰은 얼마 전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대검 중수부 폐지를 논의할 때 집단파업에 가깝게 반발했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다툴 때는 현직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이 줄사표를 내겠다고 나섰다. 자기 조직의 '영토 싸움'에는 사납게 반응하면서, 공익(公益)보다 조직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검찰 같은 권력기관의 힘은 스스로 명예를 지키는 데서 나온다.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또 무엇인지를 가릴 수 있을 때 명예도 지킬 수 있다.